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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Mar 03. 2022

죽음의 방향

생과 사의 방향성에 대한 무의식적 인지에 대해

  육지동물에게 있어, 심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심연으로 하강하고 침잠하는 이미지가 죽음과 연관되는 것은, 심해나 땅속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에 의한 학습이 아니었을까. 중력에 의해 하강하는 이미지와 이에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의 상황이 맞물린 것이 아닐까 싶다.

  만일 사람이 수중생물이었다면, 중력에 반하는 움직임이 자유로웠더라면 죽음에 대한 연상작용이 다르지 않았을까? 물고기에게 있어 죽음은 낚싯대에 의해 물 밖으로 끌려 나오는 상황이다. 방향만 놓고 보자면 육지동물인 사람과는 반대인 셈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상승의 이미지를 가지고,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미지보다는 끝을 알 수 없는 하늘로 끌려 올라가는 이미지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하늘나라와 연관되어 연상하게 되고,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하늘이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중력에 이끌려 수렴하는 우리의 공포와는 반대로, 어느 하나 나를 잡아주는 힘 없이 끝없이 발산하는 것이 공포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중력이 공포의 대상인 것만은 아니다. 중력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또 다른 공포를 느끼게 된다. 우주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본인을 상상해보면 알 수 있다. 적당한 정도의 중력은 나의 생을 이어주는 긴장감이자 생을 붙들고 있는 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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