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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Mar 03. 2022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의 방식에는 규정이 없다.

  설날이 되어 성묘를 다녀왔다. 증조 할머님이 천주교 셔서 천주교 묘원에 계신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나 이질적인 공간이다. 무덤과 비석은 한국 방식으로 여타 무덤과 다르지 않으나, 한자로 쓰인 묘비명과 함께 세례명이 한글로 함께 쓰여있다. 그리고 저 멀리 시선을 돌리면 산 중턱에는 십자가와 동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묘객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인사를 드린다. 과일을 깎아서 술을 올리는 집도 있으며, 목례를 드리고 묵념을 하는 집도 있다.

  누군가를 기리는 데에는 형태와 방식, 절차는 정말 아무런 필요도 없구나 싶은 생각이다. 아르헨티나에 갔을 때 레콜레타 묘원에 갔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지어진 작은 집 같은 묘지들이 마치 공원처럼 꾸며진 것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남미와 한국의 묘지는 그 형태만 다를 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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