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있는 '행복' 이데올로기

by 지렁이

‘철학은 뭔가 유명한 학자들이나 하는 것이고 평범한 사람과는 관련이 없다’는 이미지가 있으나, 사실 우리의 일상적 고민들이 곧 철학적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과정’과 ‘결과’라는 철학적 고민을 합니다.


“과정과 결과”, 이렇게 말하면 어려워 보이나 사실, 우리 모두가 하는 고민입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참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지금 이 순간 행복이 중요하지 않을까?” 수능을 공부하는 고등학생도, 한창 수강신청을 하는 대학생도, 열심히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도 매일같이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고민 속에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공기처럼 당연하기에 아무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행복’ 이데올로기입니다. 삶의 목적이 행복인 것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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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과정과 결과’의 고민 속에는 행복은 있지만, ‘도덕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할지"는 생각하지만 "내가 무엇을 왜 해야 하며, 나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정과 결과로만 고민하는 사회에는 ‘부자’는 있어도 ‘어른’은 없습니다.



물론.. 말은 쉽지만,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대사회에서 ‘도덕적 가치’가 설 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돈을 벌어서 내 행복을 늘리는 것이지,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살았다고 해도, 그 결과가 소중한 사람을 가난으로 내모는 것이면 좋은 의도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봐도 조선 시대 말기 위정척사파는 참으로 정의로운 선비들이었으나, 그들의 선한 가치는 ‘한일합병’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좋은 뜻에서 나쁜 결과가 올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도덕적 가치’란 냉혹한 현실 속에서 ‘무의미’한 것인가요?


여기서 생각할 점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지만,
정작 행복한 사람은 너무나 적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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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행복을 잃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는 불행을 줄여주는 것은 분명하니 더 많은 돈을 추구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점차 단순히 양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좋은 결과를 낸 사람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 사람도 존중받는 사회가 온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을 넘어, 바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할 때 어쩌면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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