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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Oct 13. 2022

나는 왜 불행하고 우울할까(feat. 도파민 중독사회)

마약을 통해 본 한국사회 

일본 만화 '식량인류'는 외계생명체에게 한 끼 식사가 되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외계생명체에게 잡혀 '사육실'로 보내진 인간들은 어떤 액체에 중독됩니다. 액체가 주는 쾌락에 빠진 사람들은 통통하게 살이 오를 때까지 액체를 먹다가, 외계생명체에게 먹히게 됩니다.  


출처 : 일본 만화 '식량인류'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 


저는 저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지하철이 떠올랐습니다. 지하철에서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 사육장에서 액체를 먹고 있는 모습과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바로 스마트폰을 켭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길을 걸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리는 스마트폰을 계속 보는 것일까요? 그건 스마트폰에서 오는 '도파민' 때문입니다. 


* 도파민(dopamine)이란?

뇌의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쾌감이나 즐거움 등과 관련된 신호를 전달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스마트폰은 켜기만 하면 온갖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볼 수 있기에, 도파민을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러므로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진 인간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도파민을 많이 느끼려고 하는 것,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도파민 추구가 '중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파민에 중독된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마약 중독'입니다. 즉,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유추 알 수 있습니다.


Stop Drugs : 마약을 하지 마세요!


마약에 중독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금단증상 :
-> 복용을 멈추면 우울증, 불안 등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나타납니다.

2. 쾌락내성
-> 가면 갈수록 더 큰 쾌락을 필요로 합니다. 작은 쾌락은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3. 중독, 갈망증상
-> 마약을 강력하게 원하게 됩니다. 마약으로부터 오는 쾌락을 즐긴다기보다는, 마약을 하지 않음에서 오는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과 스마트폰을 보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달라 보이시나요? 금단증상.. 쾌락내성.. 갈망증상.. 저는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재미없는 상황에 놓이면, 참지 못하고 바로 스마트폰을 키는 것일 테니까요. 


이런 도파민 중독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첫째.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 


도파민 중독 사회는 더 자극적인, 더 다양한 쾌락을 추구합니다. 이에 사람들이 느끼는 쾌락의 기준이 높아져서, 웬만한 것은 즐거움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전에 책만 읽어도 행복했던 사람들이 이제 현란한 게임을 해야 도파민을 느끼게 됩니다. 



둘째. 지루함, 자극이 없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들은 금단증상이 오기 때문에 무료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도파민을 찾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앞서 말한 스마트폰 그리고 담배입니다. 콘텐츠를 볼 때에도 기승전결이 있는 긴 콘텐츠는 '고구마'라고 부르며 싫어하고, 즉각적으로 만족을 주는 '사이다' 콘텐츠를 선호하게 됩니다. 



셋째. 삶이 재미없고, 허무하고 우울해진다.  


아무리 행복을 추구해도 웬만한 것에서는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니 당연히 삶이 재미없고, 허무하고, 우울해집니다. 어느 순간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 결핍에서 오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은 하루 종일 게임을 합니다. 그렇다고 삶이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게임을 못하는데서 오는 고통이 없어진 것이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면 시간은 잘 가지만, 그렇다고 삶의 충만함이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 이렇게 도파민에 중독되게 되었을까요? 


도파민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앞서 말한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도 있지만, 사회적인 원인도 있습니다. 현실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도파민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도파민을 느낄 수 있게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은 내가 재밌어하는 콘텐츠만 보여주고, 게임은 가면 갈수록 화려해지고 자극적이게 됩니다.  


이런 게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 많은 쾌락을 위해 더 재밌는 게임을 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업은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은 다시 익숙해집니다. 


이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며 도파민에 중독됩니다. 즉 도파민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이 너무나 많고, 시간이 갈수록 내성이 생겨 더 많은 도파민을 원하기 때문에, 도파민 중독 사회가 온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파민 중독 사회는 인간의 본성과 자본주의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따라서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도파민 중독 사회의 폐해에서 벗어나려면 자연스러운 본능을 인위적으로 거부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고, 고통을 긍정하며, 빠른 것보다는 느리게, 자극적인 것보다는 삼삼한 것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삶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합니다. '도파민'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세로토닌'적 가치관으로 향해야 하는 것이죠. 이 두 가치관의 차이는 추후 다른 게시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세로토닌(Serotonin)이란?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로 잘 살기(well-being)와 행복감 등을 느끼는 데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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