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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Oct 20. 2022

0.05%의 손에 결정되는 여론, 과다대표사회의 등장

팬덤정치의 영향력

댓글 통계 시스템 '워드미터'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이용자 중 약 1%가 댓글을 달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 약 5%의 아이디에서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댓글들이 나온다.(= 0.05%)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다 보면 종종 '댓글'을 보게 됩니다. 


출처 : 졸지에 불륜 커플 됐습니다"…등산 갔다가 겪은 황당 사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댓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내 생각을 베뎃(베스트 댓글)에 따라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결국, 극히 적은 사람들의 손에 여론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사회 현상을 '과다대표사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다대표사회
: 소수의 주장이 과도하게 대표되고, 나머지 다수의 주장은 과소 대표되는 사회. 


사실 과다대표사회는 이전부터 있던 현상입니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하나로 뭉치고, 나머지 다수의 사람들은 침묵합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자연스럽게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정치에 크게 반영됩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새롭게 '과다대표사회'를 강조한 이유는 과다대표사회의 특징인 '뭉친 소수의 과다대표화', '흩어진 다수의 과소대표화'가 가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시작된 '개인 미디어의 시대'의 등장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이전에 우리들은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에 들어갔습니다. 컴퓨터는 집에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만 인터넷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사용하니 내가 원할 때마다 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방 침대에서, 빽빽한 버스 안에서,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말이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보며 동시에 나와 같은 가치관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쉽게 뭉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미디어가 '개인화'된 것이죠. 




개인 미디어 시대의 등장으로 시작된 과다대표사회의 모습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뭉친 소수의 영향력 증가


20대 대선 이후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었던 말이 '팬덤정치'입니다. 팬덤정치란 특정 정치인의 팬덤에 의해 정치가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전체 국민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한 '팬덤'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뭉쳐서 집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2) 극소수의 극단적인 사례의 영향력 증가 


'케반 베이컨의 6단계 법칙'에 따르면 우리는 6단계만 거치면 대부분의 사람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 MC 유재석 씨와 제가 아무 관계가 없어 보여도, 친구(1)의 부모님(2)의 직장동료(3)의 고등학교 동창(4)의... 이런 식으로 6단계만 가면 어떻게든 관련이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케반 베이컨의 6단계 법칙

: 자신과 관계가 없을지라도 6단계만 거치면 대부분의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법칙을 말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대 6단계 이내에서 서로 아는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시사상식 사전


이 법칙을 보면, 너무나 충격적이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빠르게 공유되는 '극단적인 사례들'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상 싸우기만 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부부가 나름 행복하게 지낸다고 해도, 인터넷상에는 그런 극단적인 경우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실제 현실보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3)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개인의 영향력 증가


앞서 말한, 네이버 댓글을 단 사람들 중 단 5%의 아이디에서 전체 댓글의 25%가 나온다는 말이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니, 혼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최근 다양한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며 우리 사회가 보다 풍부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밝은 점과 어두운 점이 있는 것이죠. 




이렇게 총 3가지로 과다대표사회의 특징을 살펴보았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 현실과 다르게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는'는 점입니다. 


뭉친 소수의 움직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개인, 빠르게 퍼지는 극단적인 케이스로 인해 잘못된 프레임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다른 사람들도 휩쓸려가게 됩니다. 괜히 사회적 경계심, 불안감, 갈등이 증폭되게 됩니다. 




물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경우가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좋은 사례도 잘 퍼집니다. 예를 들어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한 '철인 7호 홍대점 사장님'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 미디어 시대의 '명'과 '암'입니다. 예전에 사회의 프레임은 거대 신문사, 방송사가 결정했다면 이제는 좋은 방향이든, 안 좋은 방향이든 개인이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 생존하기 위해서 위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간의 본능은 좋은 경우보다 나쁜 경우에 집중합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과다대표사회'의 위험성이 더 걱정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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