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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May 20. 2023

고령화 사회에 등장할 트렌드 3가지(1) 마을 공동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변수 중 거의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인구'입니다. 예를 들어, 출산율 0.78명을 기록한 2022년생을 더 태어나게 만들거나, 덜 태어나게 만들 수 없습니다. 


또한 이미 태어난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마침내 늙어 죽는 것도 막을 수 없습니다. 물론 먼 미래에는 모르는 일이나, 적어도 지금은 그렇죠. 그렇다는 것은 '인구'에 대해서 주의깊게 살펴보면, 앞으로 어떤 산업과 트렌드가 부상할지 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먼 미래, 어쩌면 이미 시작되어서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트렌드를 3가지 정도 말해보려고 합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가볍게 인사이트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마을 공동체의 부활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미지 (출처 : 국제신문)



‘2022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1인가구 비중은 40.3%입니다. 2인 가구가 23.9%고 3인 가구가 17%, 그리고 4인 이상 가구가 18.7%였습니다.


통계를 매우 단순하지만 직관적으로 해석해 보면 예전에 '정상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삶의 모습이 약 36% 정도밖에 없는 것이죠. (3인가구 + 4인이상 가구)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통계상 집계되는 '가구'랑 실제 살고 있는 모습은 다릅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1인 가구 비율은 증가하고 있고, 4인 이상 가구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를 통해 볼 때 예전에 '가족'이 사회적으로 담당하고 있었던 다양한 기능들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가족'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했기에, 국가적으로 볼 때 '가족'이 어떤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지 간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담당하고 있었던 대표적인 기능이 '안전'입니다. 같이 산다는 것만으로 개인의 느끼는 안정감은 차원이 다릅니다.



출처 : pixabay



그런데 혼자 살게 되면 어떨까요? 불안해집니다. 심리적으로 외롭고, 육체적으로 외부의 폭력에 노출된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가족이 담당하고 있는 기능이 시장과 국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죠. 이에 시장은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는 공공 인프라를 강화하게 됩니다. 


즉, 1~2인 가구의 증가는 과거와 전혀 다른 사회를 가져옵니다. 물론 '지금 당장'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이가 젊었을 때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고, 소속된 회사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 노인이 되고 나서입니다. 몸이 쇠약해져서 돌봄이 필요한데, 회사라는 소속집단이 사라지니 '돈'도 '관계'도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가족'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관계에 삶을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가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1인 가구는 혼자서 긴 노년을 버텨야 하고, 2인 가구는 같은 '노인'입니다. 3인 가구는 2명의 노인을 위해 1명의 자식이 2인분의 돌봄을 해야 하는 실정이 되었죠. 즉, 돌봄이 불가능합니다. 



출처 : 공유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니언타운 홈페이지



결국 개인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장을 통해, 혹은 국가를 통해 해결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앞으로 등장할 유력한 해결책은 '공유주택'(쉐어하우스)입니다. 


공유주택은 침실 등 개인 공간은 분리하지만, 거실이나 주방등 공용 공간은 함께 사용하는 주거형태입니다. 지금의 공유주택은 가성비를 생각한 젊은 세대가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돌봄'과 '관계'를 위한 공유주택이 부상할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마을 공동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는 것입니다. 옛날 시골과 차이점이 있다면, 도시의 공간적 제약으로 '마을 공동체가 '공유 주택'으로 축소가 되는 것이죠. 도시화와 산업화로 사라진 마을 공동체가 가족의 붕괴로 다시 등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대판 마을 공동체'가 지금 이 순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 도봉구에 '공유주택 은공 1호'가 있습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은공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공유주택입니다. 


맞벌이부부, 싱글맘, 돌싱 등 현재 10명 안팎의 총 4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함께 공동육아를 하고, 텃밭 가꾸기, 동아리 활동, 파티 등 다양한 모임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유 주택 은공 1호 모습 (출처 : 한겨레 신문)



사회구조적인 현실을 볼 때, 앞으로 은공과 같은 공유주택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입니다. 숙박업소를 모아놓은 여기어때, 야놀자 같은 플랫폼처럼, 공유주택만을 모아놓는 플랫폼이 등장할 것입니다. 


지금은 위기를 겪고 있지만, 팬데믹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며 스타트업이 급성장하자 빌딩을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인구가 감소하며, 비어 가는 건물들을 공유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죠.


이때 중요한 것은 거주 희망자를 검증하는 시스템일 것입니다.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신뢰'가 제일 중요합니다. 과거 마을 공동체는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어른들이 대대로 살았기에, 이미 신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려면 새로운 형태의 신뢰구조가 필요합니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효율적인 이동 방법이지만 카풀이 생각보다 대중화가 안 되는 이유도 결국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현재 부동산 중개 앱에서 사기 매물을 걸러내기 위해 노력하듯, 앞으로 등장한 공유주택 플랫폼도 사람을 검증하고 취향에 따라 묶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것입니다.



출처 : pixabay



개인의 원자화, 고립화 문제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입니다. 올해 1월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의 4.5%이 고립, 은둔 청년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약 13만 명 정도로 추산되죠. 고립·은둔의 이유는 '실적 또는 취업의 어려움'이 45.5%고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40.3%였습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무연고 사망자의 숫자는 3,795명입니다. 적어 보일 수 있지만, 2017년보다 무려 89%가 증가한 숫자이죠. 대부분이 이별 혹은 사별 등의 원인으로 배우자가 없는 1인 가구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외로움과 고립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실제로 앱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공유주택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케이스 일 것입니다. 


문제는 누군가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결국, 어떤 만남도 거부하고 홀로 있다가 사그라지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가, 앞으로 국가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숙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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