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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May 18. 2023

근무 중 에어팟 착용 문화 속 감춰진 사회 트렌드


현재 우리 주위에서 보이는 몇 가지 현상이 있습니다. 어떤 현상은 논쟁이 되고 있고, 어떤 모습은 익숙해지고 있으며, 어떤 것은 이미 자연스럽습니다.


Case(1) 근무시간에 에어팟 착용


회사에서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과 상관없다는 사람들 간의 논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한 듯 SNL 코리아에서는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맑은 눈의 광인' 캐릭터가 등장하였습니다.



Case(2) 모임 중에 대화하면서 스마트폰 사용


스마트폰이 삶의 일부가 되며, 다른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 틈틈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혹은 함께 말없이 스마트폰을 보는 풍경이 어색하고, 불편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이 없거나,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변했습니다. 그 순간 발생하는 침묵은 서로를 존중하는 거지, 어색하고 친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Case(3) 대중교통에서 이어폰 사용 증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무선 이어폰, 해드폰 등 음향기기를 착용하는 모습이 많아졌습니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기존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시각적 방법이 주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거기에 더해 노래를 듣거나, 노이즈 켄슬링 기능을 이용하는 청각적인 방법이 더해졌습니다. 





각각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가지 사례는 사실 동일한 트렌드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 트렌드를 '켄슬러'(Cancler)라고 정의했습니다.


켄슬러는 취소하다의 'Cancle'과 무엇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er'을 합친 말입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나, 공공장소에 있을 때도 마치 내 방에 혼자 있는 것처럼 타인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행태를 뜻합니다.


그러면 왜 처음에 말했던 사례들이 '켄슬러' 트렌드에 속하는 것일까요?



 Case(1) 근무시간에 에어팟 착용


근무시간에 에어팟을 착용하는 이유는 업무 지시나 소통은 카카오톡, 기업 메신저 등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나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죠. 


대화, 전화 등 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즉각적으로 소통을 해야 합니다. 변수를 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메시지로 지시를 받으면 충분히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으며, 말실수를 해도 수정할 수 있죠. 그래서 전화를 두려워한다는 '콜포비아'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Case(2) 모임 중에 대화하면서 스마트폰 사용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사회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과 모임을 가지는 경우도 많고, 친한 사람과 있어도 내가 흥미 없는 주제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스마트폰 사용은 내가 선호하지 않은 상황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됩니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타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죠.



Case(3) 대중교통에서 이어폰 사용 증가


수없이 많은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 나만의 시공간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완전히 밀착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사실 나만의 공간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크나큰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입니다. 


이때 외부와 나를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청각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음악을 듣거나, 노이즈 켄슬링 기능을 사용하며 나만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켄슬러' 트렌드가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커뮤니케이션에서 사람 간의 거리에 대해 연구한 에드워드 홀에 따르면 친근한 사람에게만 허용하는 거리가 45cm라고 할 정도로, 사람은 자신만의 공간을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남자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1개씩 띄워서 자리를 잡는다는 속설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하지만 벼농사 사회에서 비롯된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나’와 ‘우리’는 동일시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공간을 침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남에 의해서 나의 공간이 침범되는 것은 당연했고 동시에 나도 남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산업화가 이루어지며 모두가 아파트에 살게 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시골에서는 대가족이 한 방에 모여 함께 자는 것이 당연했지만, 핵가족화가 되며 각자의 방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거실에서 써야 했던 TV, 전화기가 나만의 미디어 기기인 ‘스마트폰’이 되었습니다.


이에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요시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주류가 되었습니다. 식구가 다 같이 한집에 살고 있더라도 식사시간이나 여행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에 각자의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1인 가구와 같은 삶이 당연해졌습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개인주의화 되는 것이죠.


이런 변화가 개인적 공간과 사적 관계인 ‘집’을 넘어 공공장소와 공적 관계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도 나만의 시공간을 원하게 된 것이죠. 각종 기술, 도구들의 발전은 변화된 니즈의 발현을 도왔습니다. 


출퇴근 시간의 답답함과 지루함을 이어폰을 통해 해결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생기는 중간중간의 지루함을 스마트폰을 보며 해소하게 된 것이죠. 비록 내 방은 아니지만 개인화된 미디어 기기를 통해 외부에서 오는 원하지 않은 자극을 차단하고 언제든지 내 방처럼 있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집을 넘어 비혈연관계인 직장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죠.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졌습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과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나만의 시공간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사람들은 리오프닝 이후 직장에 출근을 하면서도 비대면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을 가져오고 싶어 했습니다. 근무 중에 이어폰을 착용하며 나만의 패턴으로 업무를 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코로나19로 심리적 진입장벽이 많이 해소가 된 것입니다. 



<마무리 하며 >


공적인 장소, 관계 속에서도 자기만의 시공간을 추구하는 켄슬러 트렌드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렌드를 나오게 한 모든 요인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등장할 알파세대가 텐포켓 현상으로 상징되듯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기에, 개인주의 가치관은 더욱더 심화될 것입니다. 또한 1~2인가구의 주류화로 인해 개인화된 기기 및 미디어는 더욱더 고도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화는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이죠. 


기관에 따라 정의하는 용어나 구체적인 양상을 다르겠지만, 해당 트렌드는 앞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속에 존재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에어팟 착용 논쟁에서 볼 수 있듯, 기성 가치관과의 충돌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NewsView/PhotoViewer?Nid=29LPIS4M98&Pag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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