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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May 25. 2023

Q1. 자영업자들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는 어디 없을까?

550만 자영업자들의 소통 공간, 장사인


모든 기업은 ‘소비자의 필요’ 즉 수요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무리 의미 있는 제품과 서비스라고 해도 소비자의 수요가 없다면, 공급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단적으로 아무리 슈퍼카가 있다고 해도, 기름을 넣을 곳과 달릴 도로가 없는 밀림에서 사는 분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윤을 얻고자 탄생한 조직인 기업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해야 합니다. 기업에 있어, 소비자의 수요는 기업의 존재 의의를 나타내는 ‘질문’으로 표현됩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죠.


“정보의 비대칭성을 바로잡아 사람들이 쉽고 편리한 대출을 할 수 없을까?’(핀다)


“사무실 걱정 없이 업무에만 집중하게 할 수 없을까?” (스파크플러스)


출처 : 각사 홈페이지


기업의 존재 목적을 규정하는 질문은 결국 '사회 현실'을 반영합니다. 즉, 기업이 탄생한 ‘질문’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이번 화를 시작으로 ‘질문’을 바탕으로 기업 또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코너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질문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는 것도 뜻깊은 일 아닐까요?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걱정 없이 말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없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근로자'입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시기에 기업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들은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자칫 조직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가는 언제 불이익이 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회사의 고위층에 올라 기득권이 된 이후였죠. 


그래서 힘없는 근로자들은 기업의 잘못을 말할 수 없었고, 이에 예비 근로자들은 기업의 솔직한 상황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에 등장한 ‘블라인드’는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익명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을 근로자에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블라인드의 등장으로 ‘근로자’는 솔직한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근로자와 함께 우리나라의 취업 시장의 양대 축을 담당하는 ‘자영업자’분들은 과연 어디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지난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 20%선 '턱걸이'…역대 최저)



자영업자는 2022년 기준, 전체 취업자에서 20% 정도이지만, 수로 따지만 563만에 이르는 거대한 집단입니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은 네이버 카페, 오픈채팅방, 밴드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익명성의 문제입니다. 모든 프랜차이즈가 그런건 아니지만, 일부 프랜차이즈의 경우 집단적으로 활동하거나 가맹 본사에 불만을 말할 시 보복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프랜차이즈 가맹업주분들은 솔직한 정보를 공유하기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신뢰의 문제였습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하나하나가 생계를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장사를 하고 있으며 또 이왕이면 같은 업종이나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 및 정보공유가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가맹을 하게 돼서 궁금한 점을 질문했는데, 엉뚱한 사람이 답을 하면 당연히 안 되는 것이죠. 그런데 기존 커뮤니티는 장사를 한다는 인증이 필요하지 않았고, 답변도 아무나 달 수 있었기 때문에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세 번째. 효과적인 정보 교류가 어려웠습니다. 커뮤니티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까닭에 각각의 커뮤니티를 일일히 가입해야 했습니다. 게시물을 보려면 등업 조건을 만족해야 했고, 고생해서 회원 등급을 올렸는데 마땅한 정보가 없으면 다른 커뮤니티를 다시 가입해서 찾아봐야 했죠. 


그동안 자영업자 분들은 익숙한 방식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교류를 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공통된 수요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바로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한 커뮤니티가 필요했던 것이죠. 


출처 : 장사인 홈페이지


이런 자영업자의 니즈를 해결하고자 ‘장사인’이란 새로운 앱이 등장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걱정 없이 말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없을까?”에 대한 답을 주고자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사인은 기존의 3가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한 것일까요?


첫 번째. 익명성의 문제는 블라인드와 같이 익명 활동을 가능하게 하여 해결했습니다. 특히 익명성이 중요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활동하는 카테고리인 프랜차이즈라운지는 익명으로만 활동하게 하여, 소통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죠.


하지만 익명성만 강조한다면, 결국 신뢰성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그래서 두 번째. 신뢰성의 문제는 가입 시 사업자 인증을 무조건 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실제로 앱을 보면 모두 사업자 인증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짜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죠. 


이렇듯 장사인은 기존에 있었던 익명성의 문제와 신뢰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장사인은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정보 교류의 장으로 나아가며, 마지막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장사인이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자 한 것입니다. 


현재 장사인은 업종, 지역, 프랜차이즈 카테고리를 운영하며 개인별로 특화된 정보교류의 장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가입만 하면 바로 모든 카테고리를 한 번에 접근할 수 있기에, 자영업자 분들이 자신과 동일한 지역, 업종, 프랜차이즈 사장님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출처 : 장사인 앱



그러면 예비창업자들은 가입을 못하는 것일까요?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간단한 설문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도록 설정이 되어있었죠. 그래서 예비창업자와 기존 창업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공용라운지’도 함께 운영하여,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장사인에게 남은 관건은 ‘다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자영업 사장님들을 얼마나 자신의 앱으로 끌어오냐’입니다. 


장사인이라는 앱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고, 알더라도 기존에 활동하던 커뮤니티를 계속 고수하는 분들도 상당할 것입니다. 자영업자 사장님들 중에서 이런 모바일 커뮤니티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 분들도 많을 수밖에 없고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장사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워낙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가지고 있었던 니즈와 맞기 때문에 동일한 컨셉의 커뮤니티가 생겨나지 않는 한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마치 아이폰이 꼭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생기는 순간 아이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장사인도 좋게 풀리면 장사인이 없는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되겠죠. 


그러면 그 시간을 되도록 빨리 오게 하는 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투자금을 받아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지금과 같은 스타트업 불경기 시대에 'MAU'에서든 'DAU'에서든 빨리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구체적인 통계는 내부 직원만 알 수 있겠지만, 아마 모바일과 멀티 플레이에 능숙한 MZ세대 사장님들로부터 시작되고 있지 않을까요? 



출처 : pixabay

 


<마무리하며>


장사인 어플의 등장을 보며 느낀 것이 개인화라는 메가 트렌드의 위력이었습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은 개인화된 수요를 찾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개인화된 수요를 뭉치게 해서 충분히 큰 시장을 형성하게 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상은 점점 더 잘게 쪼개지고 있습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그리고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이어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장사인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나중에는 고령화 트렌드에 따라 노인 전용 커뮤니티도 등장하고, 이에 대한 반발로 반노인 커뮤니티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미래가 두렵기도 하지만, 흥미롭기도 하네요.


처음에 글을 시작하면서 말씀드렸지만, 이번 ‘장사인’을 시작으로 앞으로 소비자의 니즈에 기반한 ‘질문’과 이면에 있는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 기준은 ‘제가 말할 만한 인사이트를 주는가’ 그리고 ‘그 인사이트가 독자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 것인가’ 여부가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재밌거나 흥미로웠던 사례가 있으면 언제든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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