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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Jul 01. 2023

취향이 오히려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다

취향사회의 이면, 취향장벽(Taste Fense)


요즘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보면 흔히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아니, 난 그거 안 봤어. 난 티빙 구독 안하거든"


대화의 화젯거리는 보통 미디어에서 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비 등 다양한 OTT 서비스가 등장하며 사람들이 보는 콘텐츠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모두가 신문, 9시 뉴스, TV 드라마, 무한도전, 개그콘서트를 보았습니다. 설사 관심이 없더라고 해도, 몇 개만 훑어보면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각각 다른 미디어를 보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끼리 대화 단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게 된 것이죠.

물론, 온라인에서는 나와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같은 공간에 모여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상 존재하는 취향 공동체가 현실로 나가면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공간과 달리 오프라인 관계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드라마, 만화를 보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차이점'이 강화되고, 온라인에서는 '공통점'이 강화되는 양극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즉,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추구하게 되자 오히려 취향 차이로 상호 분리되고 고립되어 가는 취향 장벽(Taste Fense) 트렌드가 나타난 것이죠.





이런, 취향 장벽 트렌드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입니다.


보통 개인주의의 확대로 사람들이 '나'의 행복을 추구하게 되자, 동시에 다른 사람의 행복 추구도 존중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굳이 대학을 안 가도, 기업에 취업을 안 해도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커진 것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개인주의의 확대는 그렇게 좋은 측면만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존중'이상으로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한 공격'도 커진 것이죠.


'노키즈존', '노시니어존'의 등장 및 확대가 대표적입니다. 취향 추구의 역설은 특정 집단을 싫어하는 취향도 취향의 이름으로 뭉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취향에도 주류 취향이 존재하고, 마이너한 취향일수록 쉽게 고립되게 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 '취향 장벽'이 수년간 지속되는 트렌드를 넘어서, 장기간 지속되는 '메가 트렌드'로 지속될 것이 굉장히 유력하다는 점입니다.





첫번째 이유는 '개인의 생애주의 다변화'입니다.


과거에는 전형적인 생애주기가 있었습니다. 특정 나이대에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결혼을 하고, 정년까지 일하고 은퇴하고 노후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취업은 제각각 하게 되었으며,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 되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지만, 나쁘게 보면  개인들간의 공통점이 감소하여 소통의 어려움이 커진 것이죠. 



두번째 이유는 '저성장, 양극화 시대'로 인한 여유의 상실'입니다.


사실 앞서 말한 개인주의가 '좋은 측면'으로만 발현될 수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와 다른 점을 포용할 여유가 있었다면 말이죠. 하지만 저성장, 양극화 시대로 돈을 벌기 힘들어지는데 비교할 것을 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행동이지만, 거부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심지어 앞으로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동력은 더욱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세번째 이유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의 심화'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유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한 '확증편향' 문제는 더이상 새로운 지적사항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내 취향과 관련된 콘텐츠와 커뮤니티만 보게 되며 개인은 행복해졌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이 갈수록 뾰족해진다는 것은 공통점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죠. 특수성이 강해지면 보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하며>


'취향 장벽' 트렌드는 무조건 좋은 줄 알았던 개인주의가 가진 그림자를 보여줍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우물에 들어가서 놉니다. 더 큰 우물이 있고, 더 작은 우물이 있습니다. 큰 우물에서 놀면 괜찮지만, 작은 우물에 있으면 쉽게 고독하고 고립되게 됩니다. 


작은 우물에서 나가게 해 줄 우연한 만남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학교와 달리 초, 중, 고등학교에서 왕따가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1년이라는 시간을 1반에 강제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군대의 부조리 문제도 마찬가지의 이유였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런 '강제성'은 대학이나, 사회에서 절대 친해지지 않았을 유형의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주었습니다. 학창 시절 친구여서, 같이 고생한 군 동기여서 분명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인데 계속 인연이 이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발달은 이런 식의 '우연한 만남'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군대에서는 일과 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좋은 점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해지며 부조리가 준다는 것이지만, 나쁜 점은 소통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예전에 세탁을 하려면 세탁소에 가야 했습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며 우연한 인연이 생길 기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무인세탁방에서 하거나, 앱으로 합니다. 서비스의 효율성이 높아지며 더 편리해졌지만, 상호작용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2018년 영국에서는 외로움부 장관을 신설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개인주의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해나가야 하는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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