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호소인은 말그대로 '무언가를 호소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호소인이라는 단어는 정치 영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네이버 검색량을 알 수 있는 데이터랩에 따르면 '호소인'은 과거 총 3가지 시기에 급증하였습니다. 2020년 7월 16일, 2021년 3월 19일, 2022년 8월 13일입니다.
세가지 시기에 대해 '호소인'을 네이버 뉴스에 검색했을 때, 상위에 뜨는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상적인 용어와는 거리가 있었죠.
이렇게 정치인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용어였던 '호소인'이 최근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일간'으로 보았던 수치를 '월간'으로 바꾸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8월 13일 정치적 이슈로 정점을 찍었던 '호소인'에 대한 검색량이 2023년 하반기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특별히 급증하는 순간도 없이 '꾸준하게 늘어납니다. 이는 호소인이라는 용어가 일상으로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호소인을 어떻게 쓰고 있는 것일까요?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에 따르면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호소인에 대한 상위 Top10 연관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치에서 온 표현은 제외하고, 사실상 같은 의미(mz = mz호소인)인 것을 포함하여 총 12개를 확인했습니다.
mz, mz호소인은 본인이 청년세대가 아니면서 'MZ세대'에 속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경우로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 언니요? 어른제국 그 양반임 밀레니엄에 갇혀사는 MZ호소인 (출처 : 트위터)
아니면 실제로 젊은데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은 영 올드한 사람에게 쓰기도 하죠.
MZ호소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훈아 ㅠㅠㅠ 진짜 왜저렇게 못 찍은거야 (출처 : 트위터)
경상도 호소인은 유명 유튜버 '피식대학'의 콘텐츠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히 지역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죠.
j,f,t,i,f호소인은 전부 'MBTI 성격유형' 검사에서 비롯된 단어입니다. 누가봐도 무계획형인데 계획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J호소인이라고 하거나, 누가봐도 감성적인데 자기가 T유형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T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거죠.
J호소인 또 자다가 약속 당일파토냇단다 내 친구였으면 걍 질질 끌고 영화관 데꼬갔다,, (출처 : 트위터)
나머지 외계인호소인, 상남자, 갓생, 친구 다 마찬가지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상남자가 아니지만 상남자인척 한다', '갓생이 아니지만 갓생인척 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며 유쾌하게 표현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습니다.
갓생 호소인이라 아침운동 꼭 해줘야함ㅎ (출처 : 트위터)
상남자 호소인에서 진짜 상남자가 될때까지 포기란 없다 (출처 : 트위터)
물론 시작 자체가 긍정적인 사건에서 시작하지 않는 만큼, '호소인'이라는 단어 쓰임에 대해서 경계하고 거부감을 보이는 목소리도 상당히 많습니다.
호소인 진짜 왜 자꾸 보이는 지 모르겠는데 OO호소인 쓰지 마세요. (출처 : 트위터)
아무리 생각해도 ㅇㅇ호소인이라는 말 찜찜함. 쓰는 거 보면 ㅇㅇ 호소인은 ㅇㅇ라고 개구라억지주장을 하는 사람, 거의 이런 느낌으로 ㅈㄴ 장난처럼 쓰더라고(출처 : 트위터)
이를 볼 때 앞으로 호소인이 어떻게 쓰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계속 지속적으로 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사라질 수도 있죠. 허나 확실한 것은 '단어'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쓰였던 '아줌마', '아저씨'가 이제 쓰면 안되는 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단어의 사용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호소인의 쓰임에 있어서 이 단어가 정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호소인'이 가진 의미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실생활에서 많았기 때문에 호소인이 확산된 것이죠. 현실적 필요성을 충족한 것입니다.
'실제 자신의 모습'과 '남들 앞에서 말이나 행동하는 모습'이 다른 경우가 너무 많이 보였기 때문 아닐까요?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결국, 인간이면 가질 수 밖에 없는 모순과 불일치를 표현하는 말로 현재 '호소인'이 유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