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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렁이 Aug 23. 2024

명백한 트렌드가 된 '무인' '성인용품'

빅데이터로 살펴보는 사회 변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어떤 트렌드가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탐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최근 궁금한 키워드는 '무인'(無人)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고물가 시대의 영향 때문인지 주위에 사람 없이 무인으로 운영하는 매장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죠.


무인카페, 무인꽃집, 무인문구점 등등 다양한 무인 관련 키워드를 살펴보는 중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인성인용품점'이었죠



출처 : 기호일보(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2657)



보는 순간 '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욕은 인간의 삶에 있어 핵심 욕망 중 하나지만 사실 식욕처럼 대놓고 추구할 수 없는 본능입니다. 그래서 성인용품에 대한 니즈가 있더라도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었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인'으로 성인용품을 볼 수 있는 곳이 생긴다면? 그동안 음지에 감추어져 있던 욕망이 표출될 수 있는 것이죠.


이에 성인용품과 반대의 의미로 무인성인용품에 대해서 검색량을 알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에 검색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처음 검색해 본다면, 무인성인용품점이라고 치기보다는 무인성인용품이라고 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죠.





선명한 우상향 그래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보통 3년 이상 지속되는 흐름을 트렌드라고 합니다. 그런데 2018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유지된 것을 보니 당연히 '트렌드'이고, 앞으로 3년 동안 꺾이지 않고 유지되면 10년이니까 장기적으로 '메가트렌드'에 속할 키워드였습니다.


반면 '성인용품'은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우하향하고 있었습니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무인성인용품점이 등장한 만큼, 상대적으로 성인용품을 검색할 일이 점차 줄어가는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이유로 살펴볼 수도 있긴 한데, 뒤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그러면 어느 성별, 연령층이 무인성인용품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까요? 네이버 데이터랩은 연령, 성별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기에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확인 결과, 나이가 어린 연령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연령층과 성별에서 무인성인용품에 대한 검색이 증가하였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고령층이든 청년층이든 말이죠. 



이 결과가 의외인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성적욕망이 강한 인구를 10대 후반~30대 초반 남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인구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무인성인용품'은 관심이 있는 사람만 검색하는 키워드이기 때문입니다. 성인용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평생 동안 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연령, 성별과 관계없이 성생활에 적극적인 분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때 무인성인용품점이 확산되면서 그 존재를 알게 되면 검색을 해볼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구간에서 그래표가 우상향한 것이죠.


사실, 무인성인용품 키워드에서 진정으로 흥미로운 구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청년층의 데이터죠.





위 데이터는 13~29세 남성의 무인성인용품 네이버 검색량 데이터입니다.


보면 13~18세 남성은 무인성인용품점에 대해서 잘 몰랐다가 2024년에 1월에 그 존재를 알고, 검색을 확 해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혈기왕성한 성인이 된 19~29세 남성들은 성생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무인성인용품에 대한 검색량이 우상향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그러면 '여성'은 어떨까요?





13~18세 여성은 13~18세 남성과 동일한 흐름을 보입니다. 아마 최근에 무인성인용품점에 대해 소문이 확 퍼졌다가 수그러들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성인이 된 이후입니다.


25~29세 여성은 25~29세 남성과 동일한 '우상향' 흐름을 보입니다. 그런데 19~24세 여성은 다릅니다.  동일하게 우상향합니다. 2023년 1년 훅 튀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성인용품은 혼자 사용하는 경우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나눠서 고찰해봐야 합니다.



첫째. 함께 사용하는 경우


아무래도 성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성별은 여성보다는 남성입니다. 그래서 19~29세 남성 전부 무인성인용품에 대한 검색량이 우상향했습니다.


남성들과 교제를 막 시작한 19~24세 여성들은 성인용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사귀는 과정에서 성인용품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연인을 통해 학습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25~29세에 들어서자 우상향하는 그래표로 바뀐 것입니다.


이 경우가 맞다면 성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더이상 터부시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여성이고 남성이고 자신의 욕망을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죠.



둘째. 혼자 사용하는 경우


2018년 조사이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44세의 미혼 남녀 중 남성의 74.2%, 여성의 68.2%가 교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과거에는 이상하게 생각된 비혼이 이제 자연스러운 선택 중 하나가 된 현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2024년인 지금도 교제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이유가 맞다면, 무인성인용품 키워드의 성장은 성적 욕망을 홀로 해소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나머지 연령층은 어떨까요? 30~44세 연령층을 가져와봤습니다.




30~39세 여성은 출산, 육아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우상향인 것은 맞으나,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에 검색량이 증가하고 검색량을 회복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랑 밀접한 시기이다 보니 성생활 보다는 육아에 집중한 것이 아닌가 싶고, 또한 코로나 시기에 혼자이든 남편과 함께이든 집에 오랜 시간을 머무르며 성인용품에 대한 관심이 순간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가 성장하여 육아로부터 탈출한 40~44세 여성의 경우 꾸준한 우상향 그래표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나이대에 따라 성적 욕망의 저하가 확연하게 보인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30~34의 남성은 가장 뚜렷하게 우상향하는 그래표를 보입니다. 35~39세도 코로나 시기 반짝 관심을 가지는 시기가 있었고, 우상향하는 것은 맞으나 30~34세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40~44세 남성은 아주 완만한 그래표를 보이고 있습니다. 순간적인 고점을 찍었지만 다른 연령대와 달리 고점을 회복해 나가거나, 비슷한 수치를 보이는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전보다 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떨어졌다고 봐야지 않을까요?



<마무리 하며>


무인성인용품 키워드의 증가는 '무인' 트렌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무인(無人), 즉 사람이 없다는 의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보통의 경우 '사람이 없어도 된다'였습니다. '원래 카페에 알바가 필요했으나, 이제 없어도 된다',  '원래 표를 발권해 주려면 사람이 필요했는데 이제 없어도 된다' 등 인건비 상승, 관련 기술의 증가로 인간의 노동력이 대체된다는 측면입니다.


상대적으로 공급자 중심의 관점입니다. 서비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있든, 없든 큰 상관이 없습니다. 굳이 따지면 있으면, 사실 더 좋죠. 표를 발권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됩니다. 


이것과 반대로 '사람이 없어야 한다'도 존재합니다. '나는 성인용품을 부담없이 보고 싶은데, 알바 때문에 불편해'. '나는 옷을 맘 편히 보고 싶은데, 말거는 점원 때문에 들어가기가 싫어' 등 내심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존재를 불편해하는 경우였죠.


이건 공급자보다는 수요자의 관점입니다. 성인용품 아르바이트생이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좋겠다'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해당 측면은 앞으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개인화 시대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방향성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가게'에 가서 '사람이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그 공간 자체를 '프라이빗'하게 쓰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개인 수영장이 있는 숙소를 예약하고, 나만의 독립적인 식사공간을 제공하는 '파인다이닝'을 찾아갑니다. 


무인성인용품점으로 비유하면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이 없는 무인성인용품점을 가지만, 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바라는 것은 애당초 무인성인용품점이란 공간을 나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는 불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미래에도 과연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 MZ세대들이 사랑하는 '무인사진관', '코인노래방'을 보면 바로 공간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두 따로 관리하거나 감시하는 직원이 없습니다. 동시에 비용만 내면 짧게라도 각각의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과거에 직장에서 저녁 회식으로 다 같이 노래방을 가는 시절에 과연 '코인노래방'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을까요?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겼습니다. 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공간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생각의 제약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은 처음 나왔을 때는 낯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당연해진 것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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