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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Jul 23. 2018

반복되는 삶에 여백두기

띄어쓰기, 물음표, 느낌표, 쉼표, 마침표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안다. 지금 이 하루가 얼마나 기적 같은 하루인지.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이, 친구가, 연인의 존재가 얼마나 감사한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음으로 와 닿지 않는다. 상실을 겪고 나서야, 그제야 안다. 하지만 그 고통이 사라지면 다시 돌아온다.     


삶을 죽이는 것은 고통이 아니다. 고통이 없어진 사람은 기쁨도 막연해진다. 문제는 반복이다. 다시는 오지 않은 오늘이 아닌 반복되는 하루로 인식되는 순간, 삶은 생동감을 사라진다. 지루함에서 탈출하기 위한 수많은 자극적인 쾌락은 오히려 행복을 마비시킨다.     


인간의 삶은 한편의 글로 비유할 수 있다. 현재 사회에서 우리들의 글은 여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끝임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저무수히많은단어들이문장들이계속해서나열되고반복되고있다’ 쉴 새 없이 반복되기만 하는, 여백 없는 삶에 저항하여 우리는 삶에 여백을 두어야 한다.    


띄어쓰기를 해라. 우리의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었다. 타인에, 사회에 그리고 자신에 의해서, 그저 무작정 진행되는 삶의 관성. 그 안에서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출발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 내 주위를 보고, 듣고, 맡고, 느껴야 한다. 인간의 삶이 시간의 흐름에 주인이 되지 않고 지배된다면 삶은 끊임없이 겹쳐지고 접혀져 찰나가 된다.     


물음표를 찍어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이 사라져 있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그저 배워야하는 것만 배우고 있을 뿐이다. 배우고 싶은 것은 사라졌다.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게 노예가 된다.     


느낌표를 찍어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는 감동이 사라져 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감동은, 감탄은, 경의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그저 익숙하다. 당연한 것이다. 그러기에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삶에 반짝이는 생기가 사라졌다.     


쉼표를 찍어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는 진정한 휴식이 없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는 또는 돈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천편일률적인 소비, 휴식을 취하면서도 내면에 있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함. 이런 휴식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쉬어야 한다.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순간’이 사라지고 있었다. 누구나 고통스러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잊었다. 누구나 행복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잊어버렸다. 그 순간을, 그 점을 계속 잡아야 한다. 의미 있던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하루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유일한 날이다. 영원하지 않는 사람이 영원할 것처럼 살고 있다. 시간은 연속적으로 무한하지만, 인간의 삶은 비연속적이고 유한하다.    


어쩌면 삶의 잿빛화는 구조적이고 필연적인 문제다. 인간이라면, 그리고 현 사회구조 안에서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머리는 알지만 그 심장은 멈춰있는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만, 바꾸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진실은 귀찮음이다.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태가 주는 쾌락은 즐길만 하고, 고통은 견딜만 하기 때문이다.     


이건 삶의 자세의 문제, 구조에서 삶의 잿빗화가 왔지만 구조를 핑계로 삼을 문제가 아니다. 변화는 앎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행동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동에서 나온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순환이 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 행동, 습관, 가정환경, 관계 등등. 그 순환은 사람을 일정한 관성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에 따라 성취와 실패가 나타나고 삶이 결정된다.    

 

삶이 변화하려면 순환이 바뀌어야 한다. 성공? 실패? 행복? 불행? ‘어떤 사람’과 같은 삶을 살고 싶으면 그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하지만 순환은 수많은 요인들로 고착화되어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변화하고자 해도 삶의 관성은 기존의 삶으로 복귀를 꾀한다. 기존의 삶의 가정환경, 습관, 관계 등등의 요인은 변화를 거부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화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각자의 그릇이 있다는 것이다. 좋은 그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좋은 순환으로 좋은 삶을 산다. 나쁜 그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쁜 순환으로 나쁜 삶을 산다. 맞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 삶이 결정되어 있고 그렇게 산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곧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인가’ 극복함으로써 인간은 지금의 위치에 올라왔다. 자신의 그릇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우나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그 문을 계속해서 두드린다면, 문은 열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인간은 스스로 한계를 끝임 없이 극복하여 진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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