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에서 이기다
-엄마, 말을 왜 이렇게 잘해요!
-그래? 정말!
-어제 말다툼할 때 깜짝 놀랐잖아요.
-딸이 그렇게 말하니 더 기분 좋다.
칭찬받는 기분인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지?
- 그냥 하는 말 아니에요. 엄마 말솜씨가 늘었어요!
-음...... 요즘 글을 써서 그런가?
-그런가 보네. 하여튼 엄마 말 잘해요.
어젯밤, 세간에 관심이 집중된 탑연예인 사건으로 의견차가 있어서 딸과 말다툼을 했다.
평소 조용한 편인 딸은 나와 언쟁을 벌일 때
애독가의 면모를 낱낱이 드러내며 논리적인 내용과 고급진 단어선별로 문장을 만들어 나를 개빡치게 한다.
불처럼 싸우다 금방 화해하고 딸도 나도 서로에게 사과한다.
그러나 난 뭔가 찜찜하게 항상 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지.
흥분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딸아이가 한 말을 다시 정리해서 되돌려주며 싸움을 이어갔다.
난 밀리지 않았고 저 멀리로 날아가는 딸의 논리를 딱 잡아 이 논제로 가져다 놓았다.
딸은 눈이 동그래지고 놀란다. 할 말을 잃었다.
딸은 미안한지 나가서 내가 좋아하는 카스텔라와 우유를 사 와 나를 달랬다.
-엄마, 미안해요. 엄마말이 맞아요.
그 배우일은 안타깝지만 우리가 모르는 일이
더 있을 수도 있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닐 텐데.
충분히 엄마와 나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건데,
내가 너무 멀리 나갔어.
엄마말처럼 그 일이 엄마와 나 사이에 이렇게 크게 될 일이 아닌데, 미안해요. 엄마 화 풀어요.
딸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리고 이겼다.
맞다. 난 말솜씨가 늘었다.
글쓰기 덕분이다.
책은 늘 읽어왔고 글도 간간히 썼지만,
요즘 집중해서 글을 쓴 효과다.
글을 쓰게 되면 안다.
앞 뒤로 중심을 잡고 글을 써야 하고, 글이 부드럽게 흐르도록 단어와 문장배열을 몇 번이나 고친다.
책을 읽을 때의 마음가짐도 글쓰기 전과 이후로 달라졌다.다른 책에서 더 멋진 표현들을 눈여겨보게 되고 작가의 의중을 생각하다 나만의 색다른 생각도 찾아낸다.
너무 좋다. 일상이 좀 더 풍요로워졌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대화상대의 숨은 마음도 느끼며 말하도록 노력한다.
거기다가 말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다!
단 너무 잘 쓸려고 노력하면 피폐해지기도 하니 마음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더 좋은 건 상식이하의 사람과의 언쟁이다.
그들에게는 미친 태도가 답이니 논리적인 접근은 금물!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의도된 비논리적인 전개로 화를 돋운다.
상대도 내 말을 듣지 않으니 나도 내 말만 한다.
이래도 되냐고? 당연하지.
오늘 싸운 그들에게 그동안 예의를 다했다.
충분히 할 만큼 다했다.
그들은 평소 내가 하던 예의 바르고 공손한 말이 아니니, 더 당황하고 할 말을 잃는다.
지금 내 고급단어와 극존칭으로 이루어진 미친 전개가 당황스럽다.
그들은 갑자기 전에 없던 부드러운 말투로 바뀐다.
나를 달래려 한다. 나를 달래기엔 이미 늦었다.
엄마기일날 전화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겁을 주는 건 아니지.
그들의 본마음이 나에게 다 들켰으니, 일관된 비틀린 태도로 대처할 거다.
1차전은 이겼다.
그동안 깔아놓은 글쓰기가 빛을 발했다.
(그들은 아빠장례식장에 와서 상주들을 심부름시키고,
곱창을 드시러 가셨던 분들이다. 이 이야기는 차후에 하겠다.)
남편이 어젯밤 딸과의 싸움을 두고 말한다.
-제발! 여보, 밤에 싸우지 마, 둘이 싸우면 무서워. 꿈자리가 얼마나 사납던지.....
근데 자기 말 잘하더라.
글쓰기가 나를 성장시킨다.
이리도 속시원히 싸울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