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붙임머리를 하다.
- 더 물어보면 짜증 내겠다. 그만 물어볼게.
- 둘 다 어울려. 짧은 머리도 긴머리도.
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둘째 대답을 의심하는 표정이다. 단발머리에서 긴머리로 붙임머리를 하고 온 딸은 며칠 동안 긴머리가 잘 어울리는지, 아니면 전의 단발머리가 어울리는 지를 둘째에게 시시때때로 물어봤다. 셋째는 처음부터 누나질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답했다. 지금 긴머리가 훨씬 어울린다고 단박에 말했으니(그것도 진정 어린 표정으로)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역시 눈치 빠르다. 둘째는 처음 질문에 너무 이상해라고 했으니, 딸은 자기 마음에 드는 답을 얻을 때까지 물어본다. 드디어 자기가 원하는 답이 나온 듯 한데. 다시 물어본다.
- 진짜로 어울려? 지금 긴머리 안 이상해?
- 어. 안 이상해. 어울린다니까.(휴대폰을 보며)
- 자연스러워?
-........
- 붙임머리인 거 표시 안나?
-........
질문이 점점 더 디테일해진다. 둘째는 제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더 이상 묻지 말라는 거지. 딸은 입을 삐죽삐죽했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었던 난 돈 들여 붙인 긴머리를 떼어버리고 올까 봐 일단 자.연.스.러.워.라고 했다. 딸은 당연히 믿지 않는 눈치다. 난 아무리 지가 아르바이트해서 번돈이라고 해도 아깝다. 당연히 돈을 물 쓰듯 한다고도 했고, 힘들게 번 돈인데 아깝지도 않냐고, 자연스럽지 않을 거라고도 했지.
남편의 반응은 딸의 긴머리를 보며 빙글거리며 웃었다. 귀여워하는 웃음이다. 그래 하고 싶은 거 다해봐라며 지돈 쓰는데 누가 뭐라고 하냐며 호의적인 반응에 딸은 또 거울을 본다. 그리고 무서운 말을 덧붙였다. 다른 사람머리카락인데 찝찝하지 않냐고. 무섭지 않냐고. 딸은 남편의 말에 덜컥 겁먹었다. 내가 진작 그 말을 해줄걸. 그러면 미용실에 가지 않았을 텐데. 딸은 당황하며 가짜머리카락들이에요라고 한다. 나도 남편의 말에 섬뜩했다. 나는 더 이상 귀신이 떠오르는 긴머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남편이 바로 속삭였다.
- 저거 진짜 머리카락 맞는데. 가모는 표 나잖아.
- 쉿, 조용히 해 그거 알면 무섭다며 바로 또 미용실 간다. 긴머리 떼는 데도 돈 들어가는 거잖아.
- 간도 크다.
- 그니깐..... 내가 잔소리했더니 긴머리 어울리는지 더 이상 안 물어봐서 좋아.
그리고 나는 집안일을 했다. 딸은 고데기를 찾아 이래저래 웨이브도 만들어보고, 곱게 펴도 보고 바쁘다. 긴 머리카락을 수시로 소중하게 빗었다. 나는 거울만 보고 있는 그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잔소리하고 싶은 말을 꼴깍 삼킨다. 아마 지인이 했다면 잘 어울린다고 했을 텐데. 왜 딸에게만은 유독 너그럽지 못할 때가 많은지 모르겠다. 저렇게 쓰다 보면 힘들게 번 아르바이트비가 녹아 없어질 거다. 두고 볼 수만은 없지.
- 딸!, 오늘 저녁은 네가 쏘지?
- ......
- 우리 가족에게 한 번 쏠만 하잖아.
- 그렇죠.... 그럴까요?
- 가족들한테 돈 쓰는 거 아까워하면 안 된다!(지는 머리에 30만 원이나 쓰면서)
- 네. 그럴게요.
오늘 저녁은 해결이다. 비싼 치킨 두 마리를 주문했다. 맥주도 추가주문할까 하다 그만둔다.
딸에게서 돈을 송금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