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학원 다니고 싶어요.

막둥이, 게임학원에 가다.

by grida

작년 8월 어느 날,

-엄마. 게임학원에 보내주면 안 돼요?

-.......

당연히 안되지하고 가장 섬뜩한 표정으로 말하려다가 삼키고 물었다.

-왜 다니고 싶어?

-게임 잘하고 싶으니까요. 친한 친구가 다니는 데 같이 다녀보고 싶어요. 그 친구가 게임학원 다니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거든요. 부러워요.

-.......(우와.... 이 시끼가... 뭐가 부러워?)

나는 막둥이한테서 원하는 대답을 어떻게 나오게 할까 고민한다. 막둥이는 나의 표정을 살핀다.

눈치 빠른 녀석이라 엄마마음도 금세 알아챈다.

난 안 되는 이유를 몇 가지를 나열했다.

막둥이얼굴이 금세 어두워진다.

결국 아빠가 허락하면 엄마도 허락할 거라고 마무리했다.

막둥이는 영어수학학원을 다니기 싫어해서 다 그만두게 했다. 집에서 게임을 열심히 한다.

물론 공부에는 관심 없다.

근데 집에서 하는 수많은 게임시간에도 불구하고

게임실력향상을 위해서 학원에까지 다니겠다니.

부모로서 바른 길을 인도해야 한다는 당연하고 마땅한 생각을 한다.

어떻게 게임학원을 포기시키지.


남편은 항상 막둥이편이니까 나라도 반대 해야한다. 중심을 잡는 척이라도 해야하니까.

며칠 뒤 결국 남편과 막둥이는 강남의 유명한 게임학원으로 상담 갔다.

막둥이와 남편은 학원상담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남편은 가만히 아이의 말을 들어주었고 맞장구만 쳐주었다.


학원학원 상담 중 생각보다 비싼 학원비에

남편과 막둥이가 놀란다.

막둥이가 학원비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거다.

막둥이는 실망감에 고개를 푹 숙인다.

그렇지. 그렇게 쌀 리가 없지.

남편은 상담선생님께

잠깐만 아이와 의논하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막둥이와 진지하게 얘기 나눈 후

나에게 전화해서 학원비를 알려주고 결제한다고 했다.


난 전화를 끊은 후 머리가 지끈했다.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리면

제 갈길을 찾아간다고 믿지만,

간혹 내 생각범위를 뛰어넘는 행동과 생각에 언제까지 내려놔야 하나 싶다.

하지만 뭐든 경험하고 나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저렇게 공부에 관심 없고 영어학원에서 듣고 잊어버리고 듣고 잊어버리는데,

게임은 좋아하는 것이니 실력이라도 늘겠지.

막둥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믿어 보는 수밖에.

막둥이도 그걸 아니까 고마워하는 거다.


교육비를 결제하고 나오면서

막둥이는 구름 위를 나는 듯한 표정으로

아빠! 고맙습니다를 날아갈 듯 말한다.

남편은 오랜만에 보는 막둥이의 밝은 표정이 고맙다

막둥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재잘재잘 기쁘게 얘기한다.

막둥이는 생기 가득이다.

아빠는 말이 잘 통해서 너무 기쁘단다.

엄마는 친절하고 상냥하게 말하는 데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다나.

나는 속내를 들켜버려서 살짝 아이한테 진 기분이다.


남편은 막둥이가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더 깊게 진로를 생각한다며

게임학원보내고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래, 일단 게임을 실컷 해라.

(형처럼 게임을 실컷 하다 스스로 안 하는 시기가 오길 바라며)


7개월 후, 막둥이는

-엄마, 이제 게임학원 그만 다닐래요.

-왜? 프로게이머는 된다더니.

-제가 다녀보니까.........




-다음 편에 계속......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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