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엄마, 아까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
-학교 마치고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데 누가 먼저 타고 있는 거예요
-어?, 그래서?
-우리 집 층이랑 같은 층버튼이 선택되어 있었어요. 타고 있는 사람이 옆집 사람은 아닌데, 누구지?옆집에 온 손님인가라고 생각했어요.
-어, 근데 누구였을까?
-우리 집 층에 엘리베이터가 서고, 내 뒤에 서 있던 그 사람이 먼저 내리길 기다렸죠.
-어! 근데?
-근데 그 사람이 '야! 너 안 내려'하고 말을 거는
거예요!
-잉?
-다시 보니 누.나.였어요!
-뭐라고? 너 누나? 엄마 딸?
-누나가 왜 안 내려하며 먼저 내리더라고요. 엄청 놀랐어요!
-누나를 몰라봤다고?
-대충 봤을때는 어떤 아줌마인 줄 알았죠, 그리고 저는 고개를 숙이고 다니니까 사람들을 제대로 안보거든요.
-(그니깐, 스마트폰 좀 그만 보고 다니라고!)
막둥이는 더 신나서 떠들어 댔다. 막둥이는 이 사건이 재미있나 보다. 엄마가 재미있어하며 같이 웃길 바라는 모양인데...... 난 어이없는 웃음만 난다. 이내 둘이서 마주 보고 한참 웃었다. 아까 딸과 막둥이가 떠들며 같이 들어오길래, 참 보기 좋다. 남매가 참 사이좋게 웃으며 들어온다고 감동했더랬지.
이런 비화가 숨어있을 줄이야.
사춘기를 제대로 겪고 있는 막둥이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걷는 일이 많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거다. 그래도 어여쁜 대학생누나를 아줌마로 보다니 너무 했다.
딸에게 다시 물어보니 웃으며 또 신나게 얘기한다.
딸은 당연히 막둥이가 자기를 알아본 줄 알고,
조용히 스마트폰만 보는 막둥이를 배려차원에서
말을 안 걸었단다. 내가 막둥이는 딸를 모르는 아줌마인 줄 알았다고 얘기했더니 자기를 몰라봤다는 것보다, 아줌마인 줄 알았다는 것이 더 기분 나쁘다며, 막둥이를 거세게 부른다.
-야!, 너 진짜 난 줄 몰랐어?
-누나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에 먼저 타고 있을 때 난 줄 알았어? 그래서 나를 기다려줬던 거야?
-그럼, 당연하지, 너처럼 형제를 몰라보지 않거든.
-진짜 아줌마인 줄 알았다고!
-어쩐지 엘리베이터 타면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더라. 모르는 사람이 기다려주니 고맙다고 고개를 숙인 거냐?
-응.
난 둘이서 웃으며 얘기하는 걸 가만히 듣는다. 부모입장에서 어떻게 형제가 그럴 수 있냐며,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거나, 밖에서는 서로 더 챙겨줘야 한다는 뻔한 말를 하려다 말았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는 아이들도 알고 있다. 아마도 이 에피소드는 둘에게 평생 추억거리가 된다. 재미난 정이 쌓이겠지. 그리고 다음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서로에게 한 마디씩 말을 걸거다. 그거면 충분하지.
조금 전 딸은 외출 후 자기 과자를 사 오면서 막둥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서 막둥이방에다 던져준다.
-야! 아줌마가 준다! 먹어!
-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