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게임학원 그만 다니다.
-엄마, 이제 게임학원 그만 다닐래요.
-왜? 프로게이머 된다더니.
-제가 다녀보니까, 게임 잘하는 애들이 많아요.
-너도 실력 많이 늘었잖아.
-실력 많이 늘긴 했지만, 이번 달까지만 다니고 그만 다닐래요. 이제 다른 걸 해야죠.
-알았어. 선생님께 네가 직접 얘기할 수 있지?
-네. 제가 얘기할게요.
오예, 이제 그만 다닌다.
막둥이는 게임학원에서 실력도 많이 늘었다.
게임레벨이 골드 1에서 플래티넘 3까지 올랐으니 6단계나 상승한 거다.
역시 사교육의 힘은 대단하다.
막둥이한테서 그동안 간간히 들었던 학원내용은 이렇다.
처음 상담에서 대학입시를 위한 게임훈련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게임 관련학과 있는 대학교명을 들으면 부모님들께서 다 실망하신다며,
결국 공부 열심히 해서 일반 학과에 들어가서 따로 게임을 배우는 게 더 낫단다.
그 내용을 막둥이도 소상히 들었다.
그래도 배우고 싶다.
스스로가 배워보겠다고 했으니
기특하게도 주말마다 일찍 기상하여 지하철 타고 게임학원에 다녔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세상을 구경하는 것도 새로운 자극이 된다.
게임학원수업은 수강생이 한 반에 15명으로,
막둥이반에는 초등학교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막둥이실력은 평범했다.
내가 보기에도 딱히 재능은 없다.
강사는 유명 프로게이머였다. 강사는 정확할 때만 칭찬하는 편이라, 막둥이는 칭찬 듣고 오는 날은 표정이 밝았다. 팀플게임에서도 이기면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공부하듯이 전략적으로 배우는 게임은 생각보다 재미있진 않았다.
게임수업이 끝나면 복기하며 해결책을 찾고
집에서도 게임연습을 해야 한다.
저도 주말에는 쉬고 싶은데,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학원까지의 거리도 점점 힘들다.
3개월쯤 다녔을 때 그만둘까 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이왕 하는 거 1년은 배워야 한다며 더 다니라고 했다. 막둥이가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학원을 더 다녀보겠단다.
내가 게임도 복습예습이 중요하니 더 제대로 연습하라고 북돋았다.
막둥이는 어이없어하며 웃는다.
오히려 내가 독려하니 부담스러웠겠지.
학원비가 얼만데 당연히 제대로 배워야 한다.
7개월 후 이제 정말로 게임학원을 그만 다니겠단다.
저보다 나이 어린 수강생 중에 잘하는 아이가 너무 많았고, 프로게이머로서 재능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겠지.(페이커가 그랬단다.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일단 내가 살고 있는 그 도시에서 짱이 되어야 한다고)
막둥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끝까지 한다 했겠지만, 그만큼의 열정은 없다.
충분히 게임을 해봤다며, 이제 그만해도 된단다.
꾸준히 배운 게임실력은 고스란히 체화돼서, 어디 가서 사 온 실력이냐며 친구들이 제법 놀란다나.
막둥이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동안 게임을 안 좋게만 보던 내 시선도 바뀌었다.
게임을 배우는 막둥이의 태도가 남달랐다.
둘째와는 다르게 흥분하거나 떠들썩하게 게임하지 않는다. 내가 물어보니, 자기가 같이 하는 게이머들은 욕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얌전한 편이라고 했다.
여러 성격들이 게임에서도 드러나는 거지.
게임 안에도 의미있는 경험이 쌓이겠구나..
그리고 막둥이는 이제 그림을 배워보고 싶단다.
남편과 나는 막둥이의 이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미술학원을 다니겠다고. 게임하며 캐릭터그림에 호기심이 생긴 거다.
이렇게 경험하고 저스스로 결정할 시간을 줘야 한다.
나는 막둥이에게 다니고 싶은 미술학원을 알아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