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더 아프다.
-아빠가 엄마심장종양이라고 할 때보다 송이를 더 걱정하는 거 같지!
-응, 네!(고개를 끄덕이며)
아빠는 그때의 엄마보다 지금 송이를 더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아요.
-내 말이 내 말이!
아빠는 엄마보다 송이를 더 사랑하나 봐.
-근데, 송이는 아파도 어디가 아픈지 말도 못 하고 표현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렇지...... 근데 엄마는 서운해.
자기 방에만 있던 막둥이가 며칠 만에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힘없는 강아지송이(포메라니안, 3kg)를 쳐다본다. 많이 걱정되나 보다. 막둥이가 나보다 더 성숙하다. 저렇게 깊게 생각하다니. 난 아침부터 송이에 대한 각종 걱정부르스를 부리고 출근한 남편이 미웠다. 얄미웠다. 부분을 보면 전체를 알고, 디테일을 보면 전체를 안다. 나보다 송이를 아주 더 많이 걱정했다.
나는 딱 1년 6개월 전 심장종양을 진단받았다. 그때의 남편태도와 확연히 비교되는 거지. 건강검진에서 좌심방에서 점액종이 보인다는 소견이었다. 외과수술로 유명한 병원에 한 재검사결과도 똑같았다. 여의사는 심드렁하게 심장종양이 맞네요라고 했다. 생각보다 큰 수술에 덜컥 겁났다. 이 두려움은 순식간에 평범한 일상을 파고들어 번져나갔다. 혹시나에 집정리하고 안 쓰는 물건도 가져다 버리고 아이들 몰래 밤마다 울었다. 아주 심각했지. 개학 전에 수술하려고 CT검사를 마쳤고, 다른 병원의 재검사를 고민 중이었다. 그때 남편은 덤덤했다. 나와 같이 울어주고 걱정하는 위로의 말을 바랐는데 남편은 무심한 표정이었다. 일찍 퇴근해서 집안일을 전보다 더 거들뿐이었다. 지금 송이걱정의 반만이라고 나에게 했다면 위로가 됐을 텐데. 아주 많이 위로가 됐을 거다. (내 심장종양은 오진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그저께 남편은 소고기를 구워서-심혈을 기울여, 소금 간을 하지 않고, 정성껏 구워준- 송이에게 주었다. 분명 그게 탈이 난 거다. 아그그. 내가 주지 말라고 했는데, 남편은 송이눈망울을 보라며 어찌 안 줄 수 있냐며. 소고기를 잘 먹는 송이를 기특하게 여겼지. 송이에 대한 남편의 애정행각은 하루이틀이 아니므로, 난 혀를 차며 넘겼는데, 또 고스란히 내가 뒷감당해야 한다. 집안일은 언제나 거의 내 몫이다. 한숨이 나왔다. 송이는 축 처진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걱정된다. 딸도 걱정한다. 이 아가 때문에 얼마나 웃을 일이 많은데, 남편을 미워할 시간은 뒤로 미루자.
동물병원에 전화 걸어 예약하고, 송이를 꼭 끌어안고 방문했다. 난 며칠을 지켜봐도 될 거 같은데, 남편이 전화와 카톡으로 닦달한다. 송이는 진료받고 피검사와 염증수치, 단백질수치검사를 했다. 사이사이 남편과 딸이 전화와 카톡이 왔다. 검사 잘 받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오는 송이를 보고 눈물을 훔쳤다. 의사 선생님은 검사결과도 깨끗하고 며칠 더 지켜보고 그래도 기운이 없으면 다시 내원해달라고 하셨다. 아마 소.고.기.로 인.한. 장.염.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남편전화가 또 왔다. 이 인간이 남자갱년기인가? 애착관계가 심각한데.
-여보, 괜찮대!
-다행이다. 진짜 괜찮대? 죽는 거 아니래?
-어! 괜찮대 다시 전화할게. 선생님이랑 얘기 중.
-어어어, 알았어! 다시 전화해 줘.(목소리가 한 층 밝아졌다)
의사 선생님은 웃으셨다. 이런 일이 많은 가보다. 감사의 말을 전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비를 보니 감사한 마음이 살짝 빠져나간다. 이 돈이면 일주일 식비인데. 아니지 송이가 건강한 게 더 다행이다.
송아 고마워. 송이를 슬링에 넣고 따듯하게 내 품으로 안았다.
그때 또 전화가 왔다. 남편에게 송이의 상황을 소상히 전했다. 병원비는 하나도 안 아깝단다. 아빠가 송이한테 너무 미안하다며 집에 가서도 송이 잘 돌봐주라고. 이제 안심하고 회사일 할 수 있겠다며. 나는 앞으로 송이한테 함부로 아무 거나 주면 안 돼라고 소리 지르려다가, 성숙한 내가 참았다. 여보, 걱정 말고 일 잘하고 와. 병원비 벌어야지라고만 얘기했다. 집에 오면 보자.
남편이 퇴근했다. 송이를 얼싸안는다. 강아지영양제를 주문했다고 송이한테 상냥하게 설명한다. 송이는 남편얼굴을 연신 핥는다. 송이는 복슬한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이 흔들며 남편을 매번 반기니 저리 좋아할 수 밖에. 나는 설거지 하던 일을 멈추고 송이를 안고 마음껏 안심하고 있는 남편의 밝은 눈을 본다.
-여보! 있잖아, 작년 딱 요맘때, 내가 심장종양이라고, 울고불고했던 거 기억나지?
-!!!!!!!!
*남편에게 내용감수받았습니다. 남편이 저의 이 한을 평생 자기한테 품고 살 거 같다고.
제가 무섭다고 하네요. 고이고이 접어놓았다 수시로 꺼내 말려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