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부모를 사랑으로 키운다.
지난 몇 달 일을 너무 많이 했다.
오후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의 기운이 떨어졌다.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집에 와서는 목욕을 하고, 바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아이들은 보통 저녁 10시쯤 잠드는데 엄마가 왠일로 9시 전부터 누워있으니 첫째가 슬금슬금 이불속으로 들어온다.
"엄마 많이 아파?"
"응 좀 아프네"
"엄마 아프니까 음악 틀어줄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모두다 꽃이야' 동요를 들려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요다.
음악 들으며 가물가물 잠들려 하는데
이번엔 둘째가 스윽 들어왔다.
"엄마 일어나봐. 이거 마셔"
일곱살짜리 둘째가 보온병에 미지근한 물을 담아 와서는 뚜껑에 따라 마시라고 들이민다.
아이들이 열 나고 아플 때 항상 보리차를 끓여 미지근하게 식혀 보온병에 담아 먹였다.
열에 들떠 쓰러져 있는 아이를 깨워 일으켜 물을 마시게 하고 등을 쓰다듬어 주곤 했다.
둘째는 나를 일으켜 앉혀 물을 먹이고는 옆에 누워 뽀뽀를 여러번 해주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그리고는 옆에서 곤히 잠들었다.
벌써 이렇게 컸구나.
이렇게 엄마를 사랑해 주는 구나.
아픈데 왜 이렇게 행복하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첫째가 물었다.
"엄마 괜찮아?"
"응 엄마 괜찮아"
때로 절절히 느낀다. 아이들이 나보다 더 너그럽고 자애롭게 사랑을 베풀어 주는 것을.
이렇게 아이가 엄마를 사랑으로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