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be kind

우리는 같은 사람이잖아요.

by 엘리

동물병원 택배 포장 알바 공고가 떴어요. 40대 초반이 된 나는 알바 구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거든요.

이거라도 되면 정말 좋겠다 싶었어요.


날이 몹시 더웠어요. 근처 와서 전화하라고 했기 때문에 전화를 했는데, 동물병원이 아닌, 퉁명스러운 말투로 다른 곳으로 안내를 하더라고요. "계단을 내려와서 1층에 서계시면 돼요."

그래서 난 서있었어요.

어떤 여자가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자기를 따라오래요.


들어갔더니 창고가 나왔어요. 갑자기 짐을 의자에 내려놓고 자기처럼 택배 포장을 해보래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그냥 숨 쉴 틈도 없이 말이에요.

너무 당황해서 삐뚤빼뚤하게 테이프가 붙여졌어요. 그러더니 글자를 써보래요. "파손주의" 써보라고요.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던 매니저가 나보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어요.


컴컴한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몇 가지 나에게 질문을 했어요. 언제쯤 출근 가능하냐, 그런 거 말이에요. 여전히 짝다리를 짚은 채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말을 이어갔어요.

"원장님께 여쭤보고 연락드릴게요."

삐뚤빼뚤.png 삐뚤빼뚤

난 기다렸지요. 그런데 오늘까지 안 오길래 용기를 내서 문자를 보냈지요. 합격 여부 알고 싶다고요.

답장이 왔어요. "면접 중입니다."

그래서 난 답변 주셔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지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공고가 마감되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면접 중입니다"라는 문자는 당신은 불합격이야 라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를 동정할 필요도 연민할 필요도 없고 무시할 필요도 없고 우리는 같은 인간이니까 그냥 좀 다정하게 대해주면 좋을 텐데.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Be Kind"라는 대사가 떠올랐어요. 과도하게 친절할 필요도 없고 말이에요.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니까 말이에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얼굴만 아는 사이인데 눈인사만 받아도 기분 좋아지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요.


Please, Be Kind


마음이 울적한 날 엘리의 정원에서.

작가의 이전글문제해결사에게는 문제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