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0일
지난 여름 제주 고산에 머물렀던 숙소 사장님께서 토마토를 보내주셨다. 감사 전화를 드렸더니 얼마 전 태풍으로 피해가 크셔서 아직도 복구 중이라신다. 올해 다시 한번 제주를 가고 싶은데 일이 좀 많아서 계속 미루고 있다 말씀드렸더니 무리하지 말라시며, 인생 살아보니 억척스럽게 살아도 결국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고 그냥 물 흐르듯이,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더라고 말씀하신다.
올해는 유독 힘들었다. 작년까지의 고민은 오롯이 내 자신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마치 서핑을 하듯 몸의 균형을 잡고 밀려오는 파도를 타야 하는데 내 몸과 서핑보드의 크기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보드라도 탈 수 있으려면 내가 매우 노련한 서퍼여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보드에서 미끄러지기만 하는 몸은 고달프고, 다른 서퍼들의 보드에 부딪치니 더 아프고 이젠 심지어 바다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구조대도 보이지 않는 심정이다.
고산의 숙소 사장님 말씀에서 갑자기 빛이 보인다. ‘물 흐르듯이!’. 자꾸 보드를 타려고 하지 말고 그냥 안고서 바다에 떠있는 거다. 타박상이던 저체온이던 아차피 죽는다면야 매 한가지이고 살 운명이라면 새로운 섬이 보이던 구조대가 오던 길이 있겠지 싶다. 괜히 작은 보드와 오지 않는 구조대를 탓하지 말자. 이 아침, 토마토를 먹으면서 마음을 달래면서 서핑 같은 버킷리스트 작성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