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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미술관 Nov 01. 2020

휴직 소감

2019년 11월 30일

출근 안한지 오늘로 두 달.


집에 있으면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은지 아이 등교 후 빨래 한번 돌리고 청소를 하면 점심시간이 된다. 가을이 되어 해가 짧아지니 정오를 넘겨 해가 누런 빛이 되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점심에 장이라도 한번 보거나 모임 한번 다녀오면 아이가 하교할 시간이 되고, 간식을 챙겨주고 나면 나는 다시 저녁식사 메뉴를 고민하게 된다. 하루는 이토록 짧은 것이었던가.


이렇게 두 달을 보내면서 지난 12년간 아이를 챙겨주셨던 부모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감사드리는 마음이야 늘 있지만 막상 내가 부모님이 해주셨던 일들을 하다보니 아이가 컸다고, 학교나 학원을 간다고 부모님의 시간에 여유가 많이 생기셨을 것 같진 않다. 최근 아버지는 80세를 앞두시고 손주를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에서 거리가 떨어진 학원들을 태워다주셨던 차를 처분하셨는데 그 일을 해드리면서도 괜시리 마음이 짠해졌다. 덕분에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고, 이제 다시 복귀하여 남은 생활도 잘 마무리할 것 같다.


솔직히 쉬다 보니 계속 쉬고 싶은 생각이 왜 안들겠는가. 쉰다고 표현했지만 직장을 쉬는 것이지 집안 일도 제대로 챙긴다면 직장일보다 적지도, 안중요하지도 않다. 젊을 때는 멋모르고 직장이 나의 자아가 실현되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에서 생각하면 집안이던 직장이던 내 자아가 어디로 가겠는가. 이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고의 양립의 문제가 아니라 이 모든 것, 또는 그 이상의 것들을 총체적으로 원만하게 사는 문제라는 생각에 종교의 중요성도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50세 이후를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부모님께 잔소리하지 않는 딸이 되어야겠다고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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