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0대 밥상 차리기
나는 미슐랭 스타 식당이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이 취미이다. 그래서 보통 여가시간에 음식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기도 한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은 미슐랭을 받기 위해서 혹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파인 다이닝을 만들기 위해서 여기저기 뒹굴며 배우기도 하고 이것저것 먹어보고 만들어보고 여러 번의 실패와 연구를 거쳤다고 한다. 음식이라 하면 자고로 맛없을 때 먹는 것이 너무 괴로운 법인데 그것을 여러 번 거쳐서야 미슐랭 디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최근 서른이 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고 있던 나에게는 마치 이 셰프의 인터뷰가 나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에 준비해둔 실패와 시도들을 바탕으로 재료와 레시피를 준비해서 30대의 찬란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
나의 20대는 조금 험난했고 꽤 재밌었고 약간 다사다난했다.
몸이 상할 때까지 술을 마셔보기도 했고 혼자서 또는 여럿이서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돌아다녔다.
원하는 직업을 찾기까지 여러 번의 도전을 했고 호기심 가던 일도 '그냥' 여러 번 도전했다.
20대의 몸에 왕자 복근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필요 없는 것에 필요 이상의 돈을 써본 경험도 있다.
혼자 서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자취를 시작했고 커리어 오퍼를 받아 드디어 꽤 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감정적인 모습이 강해서 조금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들을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성숙하지 못한 감정조절이나 행동들이 있었고 또 그런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러면서 변화된 나의 29.9세는 사실 조금 마음에 든다. 이 전에 말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몇 살로 돌아가겠냐는 말에 항상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다. 지금의 내가 좋고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과 누리는 것들이 좋기 때문이다. (아, 돌아간다면 비트코인을 미리 사놔야겠다는 것 말고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꽤 20대에 미련없이 최선을 다했나 싶다.
나물 하나 무칠 줄 모르던 내가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망쳐서도 먹어보고 반복해보니
이제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대충 생각해서 해 먹어 봐도 참 맛있다.
서른도 그런 거 아닐까?
나는 이제 하루하고 몇 시간이 지나면 서른이 된다.
20대 동안 열심히 쌓아온 재료들이 이제야 빛을 발할 시간.
아직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무언가 맛이 날 거야.
이번엔 맞이할 나의 마흔을 위해 열심히 요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