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일반적인 호주 여행기 #2
필자는 여행을 특별하게, 특이한 스타일로, 어떤 컨셉을 가지고 하는 편이 아닙니다.
신선하고 특별한 여행기를 적는 것이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여행 중 느꼈던 점들을 적습니다.
호주를 다니면서 가장 편했던 것이 바로 카페였다. 이 전 글을 읽으면 카페가 일찍 닫아서 편하지 않았을 텐데 왜 편했다고 할까 싶겠지만, 모순적이게도 한국 카페보다 나에게는 더 친절한 공간이었다. 그 친절함은 메뉴에서 나왔다.
나는 우유를 먹으면 배탈이 쉽게 나는 몸이라 라테를 마시려면 무조건 우유를 변경해서 주문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우유 옵션이 많지 않고, 있다 한들 대부분 추가 요금을 받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커피는 주로 집에서 타서 이동하는 편이었다. 환경도 지킬 겸 텀블러를 자주 쓰자 하는 마음에 더 그리했다. 친구들이랑 카페를 가도 커피가 디카페인 혹은 오트밀크가 되지 않는 곳이면 난감해지기 마련이라 눈치보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나는 감성 있는 개인카페보다 스타벅스를 선호하곤 했다.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유당불내증이라는데 다들 우유를 그냥 잘 마시는구나... 하며 우유에 예민한 나의 장을 책망하던 그 시절.
호주의 카페에 들어서면 메뉴는 주로 주문하는 곳 벽에 쓰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내가 간 곳들이!) 보이는 메뉴에는 오트밀크 옵션도 디카페인 옵션도 적혀있지 않아서 계속 망설이던 찰나... 주문하면서 혹시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Can I get a Latte changed to oat milk with two pumps of vanilla?"
그리고 돌아온 대답
"Of Course:)! "
오트밀크 변경이 가능하다! 첫 번째 카페에서 내적환호를 질렀다. 메뉴판에 없으면 당연히 안될 거라는 한국 카페의 경우와는 조금 달랐다. 그다음부터는 들어가는 카페마다 자신 있게 물어봤다. 우유 옵션이 어떤 게 있는지도 물어봤다. 생각보다 다양했다. 일반, 저지방, 두유, 아몬드, 오트 등등... 당연히 되는 우유 옵션들이 마치 놀이공원에 입장해서 기구를 타기 전 머리띠를 고를 때처럼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카페에서 오트밀크가 되는 건 당연하고 추가요금 또한 받지 않았다. 적힌 바닐라라테 가격 그대로였다.
이 대단한 놀라움은 공항에서도 이어졌다. 뉴질랜드 공항 안. 게이트 앞의 작은 트롤리 위에서 판매하는 간이 카페에서도 오트밀크 옵션은 가능했다. 그 작은 트롤리에 디카페인 원두와 오트밀크와 우유, 저지방 우유, 소이밀크가 들어있었다. 시럽 또한 4가지였다.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다 그 작은 트롤리에도 내가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있다.
메뉴의 친절함은 식당에서도 계속 됐다.
식당에 가면 글루텐 프리나 비건 요리에는 표시가 되어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식당에 가면 메뉴판에 다양한 옵션이 있었다. 모든 메뉴의 재료들이 쓰여있고 그 재료들의 알레르기 대체 재료까지 쓰여있는 곳도 있었다. 이렇게 친절한 메뉴판이 있다니. 더군다나 이런 표시들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건강에 좋다는 것을 시켜보게 되곤 한다. 글루텐 프리 디쉬여도 똑같이 맛있으니까. 건강한 걸 먹어보자.
우리나라 식당에서도 파인다이닝이나 양식 식당뿐만 아니라 한식 식당에서도 안에 들어간 재료들을 자세히 써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알레르기나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쉽게 주문하고 미리 말할 수 있도록.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지역의 식당에 가면 사진이나 영어 메뉴판이 있는 것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재료들이나 글루텐 프리, 비건 등의 설명은 못 본 것 같다. 비건일 수 있는 한식에도 비건 표시는 보지 못했다. 만약 그렇게 표시를 해준다면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친절한 서비스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호주에 와서 내가 커피를 이렇게 좋아했구나 깨달았다. 스타벅스 커피만 마시던 내가 이제 예쁜 카페를 찾아 들어가고 라테가 아닌 여러 가지 커피를 즐겨보기 시작했다. 나에겐 기회가 없었던 거구나 싶다. 내가 카페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심 가질 수 있는 카페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커피 한 잔을 시켜서 마시는데도 마음이 편안하고 음식을 먹기 전에도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메뉴판 하나로! 옵션 하나로! 이렇게 돈과 힘이 적게 드는 서비스가 있을까!
그리고 나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꿔버린 일은 뉴질랜드에서 또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