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우리사회를 휩쓴 고고 음악의 열풍

Genre

by 김주영

1970년대 특히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고고음악을 전해 드립니다.


프랑스의 Whisky à Gogo클럽에서 시작된 가볍게 춤추기 좋은 고고음악은 1960년대에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였고, 이어 미8군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면서 억눌려있었던 우리 사회 청춘들의 분출구로 자리잡았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사이키델릭 락, 하드 락, 컨트리 록, 소울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때 조금만 빠른 템포의 곡들은 모두 고고로 싸잡아 퉁친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고 댄스는 60년대의 트위스트처럼 몸을 비틀기보다는, 8비트의 드럼에 맞춰 제자리에서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양팔을 위아래나 앞뒤로 흔드는 동작이 주를 이룹니다. 트위스트보다 덜 격렬하면서도 리듬을 타기에 좋았습니다. 정교한 대중적인 댄스가 없던 시절이라서 흔히 말하는 '막춤'의 원조 격이기도 하며, 당시 청년들이 장발을 휘날리며 리듬에 몸을 맡기던 모습이 전형적인 고고의 풍경이었습니다.

70년대 우리 사회에서 어디에서든, 그곳이 클럽이든 들판, 열차칸 어디이든지 고고음악과 고고춤에 취한 나팔바지 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했었습니다.


Keep on Running


원곡은 Ska와 레게가 가미된 자메이카의 싱어송라이터 '재키 에드워즈'인데, 그걸 영국의 스티브 윈우드가 이끌던 그룹 '스펜서 데이비스 그룹'이 록 스타일로 바꾸어 인기를 끌었고, 결국 1970년대 톰 존스의 파워풀한 버전이 전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치면서 국내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유신 정권은 '쉬지 않고 달려야한다'는 이 곡의 타이틀이 정책에 편승된다고 판단하여 이 곡을 장려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Hey Tonight


당시 최고의 밴드 C.C.R.은 한국 고고 열풍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끈적거리면서도 직선적이고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비트가 한국인의 정서와 딱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Proud Mary


고고음악하면 빠뜨릴 수 없는 트랙입니다. '물레방아 인생'이라는 조영남의 번안곡으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정직하고 강력한 8비트 위주의 사운드는 춤에 서툰 사람들도 리듬을 타게 해 주었습니다.

CCR의 고고 명곡으로는 이 외에도 Susie Q, Cotton Field, Molina 등이 있습니다.


Venus


전주만 들어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마성의 고고 곡입니다.

네덜란드 밴드 쇼킹 블루의 곡으로, 한국 고고 역사에서 '가장 세련된 도입부'를 가진 곡으로 통합니다. 찰랑거리는 기타 스트로크로 시작해 "I'm your Venus~"라고 터져 나오는 여성 보컬 마리스카 베레스의 카리스마가 압권입니다.

이 곡은 묘하게 사이키델릭하면서도 리듬이 정교해서, 당시 소위 '춤 좀 춘다' 하는 멋쟁이들이 가장 선호하던 곡이었습니다.


Sugar Sugar


미국의 인기 만화이자 TV 애니메이션이었던 '아치 쇼'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들(아치, 저그헤드, 레지 등)로 구성된 가상의 밴드인 '더 아치스'는 가상 애니메이션 밴드의 시초입니다. 실제 연주와 노래는 녹음실에서 세션 뮤지션들이 했고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을 프론트에 내세웠습니다.

이 곡은 일명 '버블껌 팝(Bubblegum Pop)'의 시초로 불릴 만큼 멜로디가 쉽고 중독성이 강합니다. 드럼 비트가 매우 규칙적이고 빨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즐기기에 가장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고장뿐만 아니라 당시 라디오 방송에서도 엄청 흘러나왔고, "Honey, honey~" 하는 가사는 영어를 몰라도 전 국민이 따라 불렀을 정도입니다.


Beautiful Sunday


일요일이 아름답다는 말은 언제나 맞습니다. 이 노래는 일요일 고고장의 엔딩곡이나 분위기 반전용으로 전설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다가 올 일요일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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