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천사의 목소리, 마리안느 페이스풀

by 김주영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슬프고 우울하지만 한편으로 용감한 음악을 전합니다.


영국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수녀원 학교를 졸업한 17세 때, 롤링 스톤즈의 매니저가 주최한 파티장에서 청아한 외모덕에 가수로 캐스팅되었습니다.

데뷔 초기 롤링 스톤즈가 써준 As Tears Go By를 부를 때만 해도 그녀는 맑고 가녀린 목소리의 '팝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순수했던 소녀는 지독한 유혹에 빠졌습니다. 지독한 흡연, 약물 중독, 노숙 생활, 건강 악화라는 처절한 밑바닥을 경험하며 그녀의 목소리는 거칠고 낮게 갈라진 허스키한 쇳소리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부서진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다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Broken English


맑고 청아한 이미지의 여리디 여린 소녀는 믹 재거를 포함하여 누구 못지않는 악동들인 롤링스톤즈와의 난잡한 생활, 너무 지나친 흡연에 의해 탁해진 목소리, 그리고 노숙자 생활 이후 대중과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1979년 다시 한번 일어나 이미지 반전을 시도하며 재기에 성공한 뉴웨이브 스타일의 곡입니다. 자신의 망가진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출시한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그녀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러시아말로, 독일말로 하지 마.

망가진 영어로 말해


This Little Bird


데뷔 초창기인 1965년, 그녀가 '수녀원 출신의 천사'로 불리던 시절의 곡입니다.

맑고 가녀린 목소리가 서글픈 가사와 만난 곡입니다

훗날 그녀가 겪게 될 파란만장한 삶을 예견하는 듯한 복선처럼 들리기도 해서 더욱 애틋하게 들립니다.


As Tears Go By


그녀를 험난한 연예계로 인도한 1964년의 곡으로 롤링스톤즈로부터 받았습니다.

순수한 소녀의 슬픔을 노래합니다.


The Ballad of Lucy Jordan


중년 여성의 상실감과 정신적 붕괴를 다룬 곡입니다. 그녀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주인공 루시 조던의 절망을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들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Sister Morphine


롤링 스톤즈와 공동 작곡한 곡으로, 병원 침대에 누워 고통받는 환자의 심경을 처절하게 그렸습니다. 그녀의 우울함이 가장 날카롭고 서늘하게 드러나는 곡입니다.


So Sad


그녀가 약물 중독과 노숙이라는 삶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목소리가 거칠게 변하기 시작한 과도기의 감성이 담겨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너무나 슬픈' 정서가 곡 전체를 지배합니다. 예전의 맑은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 채운 '삶의 무게가 실린 허스키함'이 청중의 마음을 더 깊게 파고듭니다.


The Gypsy Faerie Queen


최근작인 Negative Capability 앨범에 수록된 2018년 발표한 곡으로, 닉 케이브가 피처링했습니다.

닉 케이브의 낮은 보컬과 마리안의 부서질 듯 거친 음색이 만나, 묘한 느낌의 슬픔에 다다릅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속 요정 여왕 티타니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노년이 된 그녀가 자신의 과거와 전설을 회상하는 듯한 대서사시 느낌을 줍니다.


이제 난 조금 더 나이가 들었고 / 조금 더 (세상의 풍파에) 무뎌졌지.

...

나는 집시 요정 여왕이었고 / 온 동네의 화젯거리였지.

...

그리고 난 숲의 바닥으로 내려가 / 내 몸을 뉘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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