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윤 Aug 11. 2021

일기

일상을 사색으로



 혼자 산다’를 매주 본다. 우리 집은 실시간 티브이가 없고 OTT 서비스로만 몇몇 프로그램을 보기 때문에 매주 토요일 아침 주말 맞이 대청소를 하고   커피 한잔하면서 보곤 한다. 예능이긴 하지만 종종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주 방송에는 김경남이라는 배우가 나왔다. 드라마는  보지 않는 편이라 사실 누군지는  모른다.   없는 일상이었다. 빨래를 하고 널고, 티브이로 올림픽을 보고, 쌓아두었던 겨울 짐들을 정리하고 여름용품들을 내어놓는 그저 그런 하루였다. 그는 말도 없고 표정도 없어서 패널들로부터 로봇이라며 놀림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루한 진행에 살짝 집중력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러다 저녁이 되자 그는 일기를 썼다. 일기가  길어서 놀랐고 내용을 읽으며 눈물을 흘려    놀랐다.   아닌 일상 속에서, 무표정속에서 그는 사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읽은 니체의 책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분명 체험은 중요하다. 체험에 의해서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갖가지 체험을 많이 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무조건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비록 많은 체험을 했을지라도 이후에 그것을 곰곰이 고찰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나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게 되었고,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모임을 가지지도 못하게 되었다. 단조롭고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얼마나 많이 불평하고 지루해하며 하루하루를 낭비했는지 모른다.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도 없다며 글도 그림도 한동안 나 몰라라 했었다.

물론 체험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체험으로 생각할 것인가?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빨래를 하는 일상 모든 것이  사건이다. 일상을 사색으로 바꾸는 것은 오로지 나만이   있는 일이며, 그렇게 살아갈 때 비로소 내가 만족할  있는 하루 다운 하루를 보낼  있다.


그리고  방법에는 역시나 일기만 한 것이 없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 소란들로 만들어진 큰 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