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우리집 고양이)는 가끔 거실 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서 나를 본다.
주변에서 소리가 들리면 귀는 뒤로갔다 옆으로 갔다 바쁘게 움직이지만 길고 가는 눈은 뚜렷하게 나를 향한다.
내가 눈을 한 번 깜빡여주면 모노도 따라서 깜빡 한다.
다시 한 번 깜빡이면 다시 또 한 번 꿈뻑.
그러다 이내 두 눈이 무겁게 감긴다.
평화로운 순간이다.
내가 졸리게 생겼나?
나를 보다보니 편안해서 잠이왔나?
사람은 종종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무서운데
동물은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좋다.
아니 어쩌면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전함을 느낀다.
길을 가다가도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면
최대한 진심을 담아 너를 해치지 않는다는 눈빛을 전하고 안정감을 주려 눈을 느리게 깜빡인다.
그 어떤 인간에게도 해본 적 없는 진심이 담긴 인사다.
내가 진심을 모두 꺼내어 보여도 그것을 무시할지언정
비꼬거나 우습게 여기거나 또는 동정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인사다.
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행복한 것은
내가 순간 순간에 온전히 내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눈치를 보며 알게 모르게 숨기거나 과해진 나 대신에
모노와 있을때 나는 가장 나다운 나, 인간다운 인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