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십 대는 무엇이었을까
앞둔 이들은 모든 것이 드디어 허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고, 지난 이들은 어떤 것도 할 수 있었던 찬란한 시기였다며 이따금 눈에 수만 가지 색의 빛을 담았다가 이내 꾹 감아 씻어내 버리곤 한다.
후회되는 대부분의 시간 속에 몇몇 장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나의 이십 대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부유하던 시간’이었다.
열아홉의 나는 용감하게도 타지에서 혼자인 삶을 택했다.
그 후로 나는 여덟 번의 이사를 하며 몇 번의 사랑을 하고 그보다 많은 숫자의 이별을 했다. 소중한 것들의 숫자가 모래알처럼 셀 수 없이 늘었다가 눈 떠보면 파도에 모두 밀려 없어졌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자리에 앉아서도 즐기는 법을 하나씩 배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퍼졌고 아직도 무디지 못한 어린 내 마음이 몹시도 싫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떠난 여행처럼 처음엔 설레고 모든 게 새로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쳤고 새로운 것을 접할수록 역설적이게도 모든 게 지겨웠으며 이 여행의 끝을 찾느라 남은 여행시간 대부분을 허비하게 되었다.
내 손에 무엇이든 가득 안겨줄 것 같던 여행길은 사실 물병 하나 쥐어 들고 제대로 된 신발도 갖춰 신지 못한 채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터진 자리가 다시 아물 때까지 걸어야만 했다. 대신 종종 눈부시게 아름다운 석양 같은 풍경들을 만나기에 계속 걸을 수 있었다.
안정되고 싶었으나 어느 곳에도, 어느 관계에도, 어느 감정에도 완전히 스며들지 못했던 나의 십 년.
서툴고 부유했기에 아름다울 수 있었고, 또 아름답고 날것이었기에 더 지독한 악취를 풍겼던
나의 이십 대의 마지막에 서서 그 흔적들을 남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