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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Nov 18. 2020

마스크에 갇힌 이전의 세상

벌써 일 년 가까이 되었다.

지난번 패딩을 입을 때 적응되지 않는 마스크를 끼고

꾸역꾸역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산책은커녕 커피 사러 나가는 것도 귀찮아 시켜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마스크 없이 하는 외출은 꿈꿀 수도 없게 되었다.

이맘쯤 머리를 맞대고 내년에는 어딜 갈까 쫑알거리던 우리는 없어졌다.

팍팍한 회사생활에서도 그래도 사람 냄새가 나던 휴게공간 곳곳에는 손세정제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영화관에 올라오는 영화는 조금 취향이 아니더라도 모조리 섭렵하던 우리는

영화관에 안 가게 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얼굴 보자, 만나자는 말이 부담이 될까 불편함이 될까 고민이 되어버린 지금.

아니 이제 지금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를 시간들이 되어버린 이 세상.


이 생활이 언제 끝나긴 하는 건지,

끝난다고 하면 정말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있는 건지

내가 살던 세상의 장점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다.

내가 사는 게 이제 그 세상이 아니라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 그리고 이제 살아갈 세상은 완전히 다른 거라면.

나는 두 가지 세계에 겹쳐서 과연 다시 삶을 채우는 행복들을 찾아갈 수 있을까

이전의 세계에 갇혀서 영원히 넘어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원 안에 마스크를 낀 채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쪽 원은 점점 커져 이쪽 원안에 있는 나는 숨 쉴 공기도 누릴 수 있는 것들도 점점 줄어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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