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각은 어쩔 수 없이 언어 안에 갇힌다.
새로운 관계나 복잡한 상황들을 받아들이면
내가 알고 있거나 생각할 수 있는(언어로)
범위 내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같지만,
반대로 될 때도 많다.
그리하여 자연을 맞닿을 때가 좋다.
햇빛에 눈 끝이 따끔거릴 때
바람에 옷 끝이 살 끝을 불규칙할게 쓸어 넘길 때
파랗고 깊은 물 위에 하얀 거품이 모였다 부서졌다
반짝이고 그러다 한 없이 어두워지는 것들을 바라볼 때
언어가 없어도 서로 같은 것을
느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
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임을 느낀다.
인간미를 느낀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인간으로서, 관계 속의 나로서 터져버릴 것 같은 머리를
바람 한 점으로 씻어내 버린
내 고민의 무용함을 가슴 깊이 받아들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