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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Jul 26. 2021

서로의 밑바닥 난 마른 마음


“인간은 왜 이렇게 나약할까?”

오랜 고민 끝에 보낸 카톡이었다.


“왜, 나 강아지 산책하러 나가는 길인데 통화나 할까?”

참 별말도 아닌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 이유 없는 우울감이었다. 종종 있는 흔한 일이지만 매번 그것이 다가올 때는 전혀 흔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있어왔고  사라질 감정이야.’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아니, 이번엔 더 심한 것 같은데?’

하고 나는 언제나  살아온 날의 지혜를 믿지 못한다.



우울감을 떨쳐내 보고자 밤거리를 걸었음에도 점점   색채에 묻혀만 가는 마음이었다. 이십 대에는 이런 마음을  것으로 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시절에 우리는 서로의 밑바닥  마른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 부쩍 걱정이 늘어났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은 것인지, 친구가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워할  같아서인지, 전화를 걸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해버리고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꽁꽁 뭉친 마음을 이것저것으로 덮어 보낸 카톡.


“인간은 왜 이렇게 나약할까?”

통화나 할까 하는 답장에 말풍선  숨겨놨던 진심을 모두 꺼내놔 버렸다.  시절처럼 부끄러움 모르고.


그리고 그녀와 굳은 약속을 했다.

더 늙어서도 부끄러움 없이 전화 걸기.

더더 늙어서도 어떤 모습도 판단 없이 받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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