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이렇게 나약할까?”
오랜 고민 끝에 보낸 카톡이었다.
“왜, 나 강아지 산책하러 나가는 길인데 통화나 할까?”
참 별말도 아닌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 이유 없는 우울감이었다. 종종 있는 흔한 일이지만 매번 그것이 다가올 때는 전혀 흔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늘 있어왔고 곧 사라질 감정이야.’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아니, 이번엔 더 심한 것 같은데?’
하고 나는 언제나 내 살아온 날의 지혜를 믿지 못한다.
우울감을 떨쳐내 보고자 밤거리를 걸었음에도 점점 더 밤 색채에 묻혀만 가는 마음이었다. 이십 대에는 이런 마음을 날 것으로 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그 시절에 우리는 서로의 밑바닥 난 마른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에 한 치 망설임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 부쩍 걱정이 늘어났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은 것인지, 친구가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인지, 전화를 걸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해버리고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꽁꽁 뭉친 마음을 이것저것으로 덮어 보낸 카톡.
“인간은 왜 이렇게 나약할까?”
통화나 할까 하는 답장에 말풍선 뒤 숨겨놨던 진심을 모두 꺼내놔 버렸다. 그 시절처럼 부끄러움 모르고.
그리고 그녀와 굳은 약속을 했다.
더 늙어서도 부끄러움 없이 전화 걸기.
더더 늙어서도 어떤 모습도 판단 없이 받아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