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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Jul 21. 2021

같은 길을 꾸준히 걸으며 얻는 안정


재택근무와 에어컨 바람에 지쳐 산책을 나왔다. 덥긴 해도 형광등 기운이 눈에서 사라지니   같았다.


우리 집은 현관문을 나와 오분만 걸으면 탄천과 연결이 된다.  사람이 많은 길인데, 코로나가 심각해진 영향인지 너무 더운 날씨 탓인지 사람이 없었다. 자전거 타는  좋아하면서도  사람이 많아 혹시나 재촉당하거나 사고가 날까 무서워서 자전거  생각을 못하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용기를  카카오 바이크를 빌리고 반찬가게까지만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반찬가게까지 사람은 한 명도 마주치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은 버리고 여름 기운 가득한 바람과 반짝이는 물빛과 온몸에 느껴지는 달그닥거림에 한껏 집중할 수 있었다.


저녁거리를 사들고 돌아서 걸어오는 ,

우리 동네는 역시 정말 걷기 좋은 곳이구나!’ 하고  동네 길을 7년째 걸으며 매일 하는 감탄을 또다시 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산책하기가 좋은 동네에 살았다. 걷는  좋아 그런 곳에 살게  건지 좋은 곳들에 살다 보니 걷는  좋아진 건지 모르겠다. 그저 집에서 머리가 복잡할 때나 혹은 티브이나 보며 누워있는 시간이 싫을  튀어나와 익숙하게 걸을 길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이사를 하고 나면 집을 나와서 어느 루트로 걸을 것이냐를 제일 먼저 정했다. 처음   정도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길을 탐색한다.


성신여대 앞에  때는 예쁜 카페와 테라스가 있는 술집들이 즐비한 골목의 손님들을 염탐하며 성북천까지 걷고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돌아오며 천변에 있는 삼겹살집들 냄새도 맡고 오리들 구경도 하고 마지막으로 단골 바에 들리는 코스였다. 대학로에  때는 아르바이트하던 가게를 거쳐 낙산공원까지 올라갔다가 마로니에 공원 입구에서 커피를 샀다. 버스킹을 하고 있으면  구경을 하고 들어왔다. 겨울엔 커피가 식으면, 여름엔 얼음이 녹으면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 알맞았다.


한번 가장 맘에 드는 코스를 선택하면 다른 길로 가는 법이 없었다. 혼자 있으면   길로만 걸었다. 이곳에 가족도 없고 어린 시절의 추억도 없고 월세방에 살고 있는 존재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길을 꾸준히 걸음으로서  동네에 내가 자리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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