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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Aug 03. 2021

영혼을 만드는 빛들


나는 종종 시각에만 온전히 온 신체를 맡길 때가 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또 전공을 계속해 온 탓인지

종종 보이는 것에 온 몸이 사로잡혀버린다.


특히 여름날의 그림자들을 바라볼  그러하고, 어둑한 곳에서 사물에 비치는 조명이나 초의 반사된 빛들을 바라볼  그러하다. 온몸이 그저 무언가를 바라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빛을 바라볼  나는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

빛의 찬란한 아른거림, 노란빛이었다가 금세 푸른빛이었다가 하지만  모든  결국 흰색 빛인 것들을 지켜보는 황홀함.


이렇게 글로 변환하지 않더라도 망막에서 바로 영혼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들이 있단 말이다.  사람이 쓰는 언어가  사람의 생각을 만들어가고, 그가 하는 행동이 그의 격을 만들어가듯이, 나는  사람의 감각들이 영혼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전에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빛들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 말을 당시 만나던 사람에게  적이 있었다.    말해봤고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기억이 난다. 해가 어스름이 져가는 카페에 작은 티라이트가 흔들거렸고 늦여름이었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것들의 조합이었고,  빛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야기였는데 상대는 비판적이었다. 그럴 수는 없고 생각은 무조건 언어로 치환된다는 주장이었다.

 

진짜야,  번만 나와 같이 집중해보자


나는 제안했으나 그는 수용하지 않았다. 아니,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점점  세계 전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결국 떠나갔다.



언어도 같은 말만 쓰다 보면  안에 갇히고, 그림자도 하늘의 구름도 흔들리는 불빛도 자주 바라보지 않으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어려워진다. 음악도 배경으로 흘러가게만 둔다면  음의 높낮이에 반응하는 나의 마음들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말과 행동도, 모든 감각도 부단히 노력하는 자에게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빛은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는 자에게는  안에 담긴 수만 가지의 색을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언제나 우리 위에 있지만 고개를 올린 자만이 바라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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