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엄청나게 게으른 인간이다. 하루 종일 멍하게 있을 때도 많고 뭔가 하나를 시작해서 진득하게 해 본 적도 없다. 예전에는 옷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먹고 난 쓰레기는 그대로 며칠이고 뒀었다. (이 부분은 지금 내 남편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이야기긴 하다. 지금의 나는 눈앞이 정리되지 않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매일 뭔가를 진득하게 한다는 것의 귀중함을 알면서도,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내가 원하는 큰 그림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게으름에 늘 지고만 마는 나도 그런 인간이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는 저녁 9시 즈음을 맞이하면 항상 죄책감과 괴로움에 우울을 맛보고 만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고 여전히 게으른 인간일 뿐이지만 매일을 지나며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어가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하루 못했어도 괜찮아. 멍청하고 게을러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대신, 내일부터 말고 지금>
괴로움이 찾아올 때, 그때 바로 움직여야 한다.
일기를 쓰고 나의 한심함을 제대로 마주하고 반성하고 받아들인다. 그 받아들임이 며칠 동안 쌓이고 나면 정말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생긴다. 그렇게 며칠을 다르게 산다. 그러다 물론 돌아간다. 나는 훌륭하지 못한 인간이기에. 하지만 그 실패에 잠식당하면 안 된다. 그 한심함을 또 마주하고 다시 시작한다. 또다시 돌아간다..
이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다 보면 귀신같이 습관이 된다. 어릴 적 우리가 얼마나 이를 닦기 싫어했고 샤워를 하기 싫어했는지 생각해보면 깨닫게 된다. 수많은 실패 끝에 어쨌든 계속하다 보면 어느 날 이를 닦지 않고는 몸을 씻지 않고는 찝찝해서 스스로가 못 견디는 날이 온다. 그렇게 습관이 되고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한 조각이 된다.
물론 쉽지 않다. 어제도 글 쓰는 걸 건너뛰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고 다시 펜을 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