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숙제에 일기 쓰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매일매일 써야 했다. 일기를..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숙제였다.
초등학생에게 뭐 그리 하루하루가 달라서 매일이 다른 글감이 있었을까..
매일 똑같은 글을 쓸 수가 없어서 나는 시를 썼다.
다행히 일기 대신 시를 써도 된다는 단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시를 써야 했으니 일상을 둘러보며 닥치는 대로 글감을 잡아챘다.
파마를 하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고모를 보고 그대로 시를 써서 숙제를 마감했다.
제목: 고모의 파마머리
고모의 파마머리
곱슬곱슬거린다
매일매일 물 칠해 멋을 내고요
매일매일 예쁘니 물어봅니다
지금도 몇몇 시는 기억에 남아있다.
매일매일 강제로 시를 쓰다 보니 시 쓰는 솜씨가 늘어 어떤 시는 선생님께 의심을 받기도 했다.
어른의 시를 베껴서 제출한 건 아닌지 의심하는 선생님을 보고 집에 와서 울고불고했더니
엄마가 선생님께 정말로 이 아이가 쓴 거라는 말을 대신해 줘 선생님의 멋쩍은 사과를 받기도 했었다 ㅎㅎ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어릴 때 쓰던 시 가 생각이 났고 다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났다.
그래서 브런치 매거진 '일기 쓰기 싫어 시 쓰던 아이'에 다시 시를 써볼까 한다
나이 사십이 넘어 다시 쓰는 시는 어떤 모습일지 나도 궁금하고 설렌다.
그런데 너 혹시
.......... 설마.............
브런치에 글쓰기 싫어서 시 쓰는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