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어느 한편에는 나와 꼭 닮은 여성이 있습니다.
나와 같은 능력과 열망이 있고 삶에 대한 성실함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똑같은...
어쩌면 그녀는 나보다 더 나은 연기를 하고 나보다 더 나은 연설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에 있고 그녀는 난민수용소에서 발언권조차 가지지 못한 채 내일 아이들을 뭘 먹여야 하는지 걱정하고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앞이 캄캄합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나는 이곳에서 이런 삶을 살고 나와 꼭 닮은 그녀는 그곳에서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합니다.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겠다고요....
2013년 안젤리나 졸리가 '진 허숄트박애상'을 받으며 말한 수상소감이다.
최근 몇 년간 나 역시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했기에 그녀의 말에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의 편의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분들을 보며 결코 내가 저분들보다 잘나서, 또는 운이 좋아서 나는 이 자리에 있고 저분들은 저렇게 수고하고 계신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느꼈다.
고개조차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드는 날도 여러 날 되었다.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며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하려고 했다.
물건을 오더 할 때 되도록 빠른 배송을 선택하지 않고
무거운 물건일 경우 직접스토어에 가서 구매한 후 내가 들고 오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최소한으로 서비스를 요구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후에는 편하게 그릇을 치울 수 있도록 테이블을 정돈해 두고
호텔에서 나올 때는 청소하기 편하게 정돈해 두고
물건을 살 때 계산해 주고 담아주는 사람들에게 눈을 맞추며 많이 고맙다고 인사하고
출입구에서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문을 열어주고 내가 나중에 들어가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불평불만을 호소해야 한다면 최대한 '좋게' 하고
거창하게 시작하려면 시작도 하기 전에 그 기에 눌려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게 된다.
그냥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사는 내 삶 안에서 아주 조금만 신경 쓴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안젤리나 졸리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딸인 안젤리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무런 의미 없는 삶을 살지 마라.
그녀는 그 당시 자신이 너무 어려서 어머니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여러 사람들의 삶을 목격하고 그들을 만나고 난 후 비로소 어머니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고 오늘 먹을 음식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과, 안전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지, 얼마나 행복에 겨워해야 하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짐했다고 한다. 다시는 자신이 누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살지 않겠다고..
그렇다.
우리가 북한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일이고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2026년을 시작한다.
신념은 행위를 좌우하고 행위는 다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어떠한 신념을 가졌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결정된다고 한다.
신념이라는 한자를 들여다보면 사람인과 말언이 합쳐져 '믿을 신' 즉 사람이 하는 말이라는 뜻이고
이제금 과 마음심이 합쳐져 '생각 념' 즉 오늘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신념이란 '오늘 나의 마음이 나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다. (웨이슈잉 씀)
지구 한편에서 살고 있는 나와 꼭 닮은 그녀에게, 지금 당장 도움의 손길을 보낼 수는 없지만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 그녀들도 당장의 생사의 기로에서 놓여놔 안전하고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의 마음이 내게 하는 말을 잘 듣고 행위에 옮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