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월간 '디자인'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원작명 : 작아져 가는, 잊혀 가는, 사라져 가는
| 2017년 12월 8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수많은 정의 중 하나는 '솔루션'이라는 것이다.
즉, 디자인이 어떠한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 방법, 도구가 된다는 의미다. 그저 눈으로 보는 즐거움만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해결책으로서 엄연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는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중인 '작은 브랜드와 디자인'의 부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어떻게 그 거창한(?...!) 일을 한다는 것인지 이야기하기 전, 우선 '작은 브랜드와 디자인'의 기준과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자.
그 모호하고도 다양한 해석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뉠 수 있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정의라 할 수 있는 '소규모 생산자에 의한 결과물'이 그것이고, 또 하나는 판매자의 규모와 무관하게 '공급되는 결과물의 양'이 제한적일 때, 마지막으로 결과물이 생산, 판매되는 '지역의 범위'가 제한적일 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수많은 신제품과 새로운 디자인이 쏟아지는 지금, 우린 또 하나의 새로운 기준과 정의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예전엔 제조, 공급, 판매 등의 규모 및 범위가 컸으나 이제는 '사라진', 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는 중'인, 그래서 아주 '작아진' 제품, 브랜드, 디자인들이란 것이다.
물론 '작아진다'라는 것이 '나빠졌다'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자신은 그저 그 자리에 계속 있었는데 관련된 인프라, 라이프스타일, 시스템 등이 변하여 자연스레 작아진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제는 케이크에 불 붙일 때나 찾게 되는 성냥만 해도 그렇다. 그나마도 그 자리의 누군가가 라이터를 소지하고 있다면 속도전과 편리성 면에서 일단 밀리기 십상이다. 엄마들이 안 그래도 아픈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먼지를 쓸어 담던 손잡이 빗자루는 어떤가. 이제는 심지어 로봇청소기가 충전 중이다. 추운 겨울밤 갑자기 꺼져버린 연탄 불을 살려주던 일당백 번개탄도 보일러의 훈훈함에 밀려난 지 오래고, 한 칸에 한 글자, 우릴 띄어쓰기의 늪에 빠지게 한 원고지는 워드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야무지게 대신해준다. 성냥과 빗자루, 번개탄과 원고지는 그렇게 사라지는 중이다.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던진다.
그렇다면 우린 작아지다 못해 사라져 가는 그 브랜드와 디자인들을 손 놓고 지켜봐야만 할까? 정녕 그것들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계속 지켜갈 디자인적 솔루션은 없을까?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 디자인 회사 '오이뮤'는 성냥을 처음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 섞인 반응을 들어야만 했다. 누가 잘 쓰지도 않는 성냥을 만들어 판다 한들 남는 것이라도 있겠냐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오이뮤'는 디자인이라는 강력한 솔루션을 사용하여 우리가 성냥에게서 얻었던 기능과 정서적, 감성적 의미를 함께 끄집어내는 데에 집중했고, 그 결과 사라지는 중이던 성냥이 품은 경험과 정서를 다시금 우리 곁에 돌아오도록 했다.
또한, 사용자들로 하여금 사라져 가는 작은 브랜드와 디자인의 생활 속 사용 환경 및 이유, 가치를 먼저 소개하고 권하여 자연스럽게 성냥의 부활을 이어갔다.
이렇듯 솔루션으로서의 디자인은 사라져 가는 작은 브랜드와 디자인에게도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작아져 가는, 잊혀 가는, 사라져 가는 작아진 브랜드와 디자인. 그리고 가치 있는 솔루션으로서의 디자인. 그 덕에 우리 곁에 더 오래 머물 브랜드와 디자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 사진 퍼온 곳 : 오이뮤 oimu-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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