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월간 '디자인'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 2017년 12월 11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최근 디자인계의 눈에 띄는 흐름 중 한 가지는 '독립 디자이너의 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패션계를 중심으로 다방면에서 불고 있는 이 현상은, 산업 전반의 생리와 시스템, 점차 다양해져 가는 소비자의 패턴과 성향, 그리고 경제 위기까지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첫째, 과연 모든 독립 디자이너들이 자의에 의해 독립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물론 배경을 막론하고 모두가 성공을 기원하겠지만, 말은 안 해도 분명 '어쩔 수 없는 독립'을 시작한 사례도 존재할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며 신문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그래프 중 하나가 점차 높아져가는 자영업자의 비율에 관한 것이다. '독립'과 '자영업'은 사회 곳곳에서 본의 아니게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생계의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섣부른 일반화의 위험이 있는 해석이지만, 전혀 없는 사실이 아닌 건 확실하다. 젊은 나이에 퇴직한 부장님이 어쩔 수 없이 치킨집을 차리는 경우가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디자인계의 독립 디자이너 붐 또한 분명 그러한 사례가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사각지대의 슬픈 자화상도 함께.
둘째, 앞에서 말한 추측을 조금 더 연장해 말하자면, 그렇게 시작한 독립 디자이너들 중 상당수가 결국 다시 주류에 편입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을 거다. 이번에도 너무 극단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디자인이란 결국 상업적인 행위에 속한다. 그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하고, 꿈을 이루어야 하고, 먹고살아야 한다. 그저 취미나 봉사활동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립 디자이너의 꿈과 희망에 세트로 따라오는 것이 바로 유통과 자본에 대한 압박이고, 그 고통을 벗어날 가장 좋은 방법은 주류에 다시 편입되거나 스스로 주류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드라마틱한 성공적 독립과는 거리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셋째, 이렇거나 저렇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 디자이너들이 상대해야 할 소비자들은 까다롭고, 어디로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 모르는 존재들이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는 여러 패턴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그룹은 모두 다른 소비성향을 띤다. 돈 천만 원도 명품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불하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세일해서 9천900원인 3만 원짜리 청바지 앞에서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9천 원짜리 바지를 다른 곳에서 구입하는 소비자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소비자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디자인을 구입할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돈이 남아돌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품질은 똑같고 가격은 더 저렴한데 누가 싫어할까?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독립 디자이너들에게 치명적 난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독립 디자이너의 브랜드와 디자인이 품은 여러 가치가 아무리 좋아도, 대량 생산되는 제품들과 비슷한 가치를 품고 끝이라면, 소비자들은 결국 대량생산으로 인해 단가가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정말이지, 돌고 돌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분의 시스템과 가격경쟁의 압박 속에 독립 디자이너들은 헤어 나오기 힘들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립에의 꿈을 그냥 접을 순 없지 않은가. 어차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인데, 시작이 자의였건 타의였건 손 놓고 포기해 버릴 것이냐 말이다. 그래서, 그저 미성숙한 미생 중 한 명인 저자는 독립 디자이너들에게 이렇게 권해보고 싶다.
우선 그 제품이 무엇이든 브랜드 내지는 디자인이 작고, 좁고, 그래서 뾰족하고 단단한 '점'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풀어 말하자면, 무엇이건 작지만 확실한 차별 포인트를 분명히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량 생산되는 여타의 디자인들은 따라 하기 힘든, 오히려 독립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가능한 나만의 킬링 포인트를 반드시 찾아내어 역으로 이용하자.
두 번째로, 사업을 하는 내내 자신이 독립 디자이너의 형태로 일을 하는 이유를 스스로 잊지 말아야 한다. 즉, 내가 나만의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독립한 것인지, 어쩔 수 없이 먹고살기 위해 브랜드를 론칭한 것인지, 마지막엔 결국 다른 대규모 브랜드 같은 색깔을 갖고 싶어 시작한 것인지, 등등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틀린 목표는 없다. 주류의 무리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매일 적자인데 현실은 덮어둔 채 독립만을 위해 달리는 것이 고고하고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선택은 자신의 몫, 목적도 자신의 몫이다.
독립 디자이너가 이렇게까지 많았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만큼 그 나름의 테두리가 확 커져버린 지금. 뒷이야기들이야 내가 다 알 순 없는 것이고, 앞에서 풀어낸 생각들도 그저 개인적인 의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진정 가치 있는 독립을 꿈꾼다면, 더 실현 가능하고 올바른 길을 계속 찾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혼자라 힘들지만, 작아서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만의 길을 찾는 독립 디자이너들이 계속 많아졌으면 좋겠다.
* 사진 : 작성자
* 'Small Brand, High Value' 공식 홈페이지 : https://smallbrand.imweb.me/index
* 'Small Brand, High Value' 뉴스레터 신청하기 : https://smallbrand.stibee.com/
* 내용의 저작권은 SBHV에 있습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사용 및 복제, 재가공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