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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Sep 21. 2023

124. 클래식 브랜드 특집 3

3편 : 제약

| 2020년 9월 10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SBHV가 총 5회에 걸쳐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다루었던 작은 브랜드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함께 해온 클래식 브랜드들 중 5개의 카테고리를 꼽아 매주 3개의 브랜드를 소개해드리려 해요. 


어릴 적부터 비상약으로 가까이하던 약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언제나 곁에 두고 먹고 바르면 금세 증세가 완화되었던 국민 약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오래된 만큼 브랜드 이상의 놀라운 이야기들이 함께 합니다. 


-


1. 용각산     

1967년에 처음 발매되어 '할머니가 주시던 옛날 비상약' 정도로 잊히는 듯했던 보령제약 용각산. 하지만 이러한 용각산을 미세먼지라는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찾고 있습니다. 


한때 노인들의 호주머니 속에서나 찾을 수 있었던 추억 속의 제품으로 인식된 용각산은 사실 140년이 넘은 일본의 전통 생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용각산의 생약성분이 가진 효과를 우연히 알게 된 김승호 회장이 수많은 고비를 넘어 일본의 제약회사 류카쿠산과 기술제휴를 맺었고, 허허벌판이었던 서울 성수동에 동일한 공장 설비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1967년 6월 처음으로 용각산 5만 갑을 출시하며 큰 기대를 했던 것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제품의 질이 일본의 것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라 생각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초라한 패키지를 보고 등을 돌리게 됩니다.     

과거의 용각산 ©보령제약


자신감에 차 있던 회장은 결국 1차 제품들을 폐기하는 아픔을 겪게 되지만, 패키지를 수정하고 영업사원들과 직접 거리로 나서 물건을 다시 팔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기를 극복한 설립 초기의 보령제약은 긴 세월을 지나 용각산을 기반으로 지금에 이르렀고, 미세먼지가 준 뜻밖의 기회로 인해 제2의 전성기를 달려가는 중입니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라는 TV 광고 카피로도 유명한 용각산은 한때 매출의 30%가량을 TV 광고에 투자할 만큼 홍보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각 가정에 하나씩은 있는 국민 인후통 약이 되었고, 다음, 그리고 그다음, 다음 세대들까지 다시 찾게 된 브랜드로 남았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서 목이 아프다고 하면 물도 안 주시면서 꿀떡 삼키라고 했던 바로 그 약, 용각산 이야기였습니다. 

최근의 용각산 라인 ©보령제약




2. 활명수  

소화가 되지 않을 때 습관처럼 찾게 되는 활명수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입니다. 광고에 나오는 '100년 전통 부채표'라는 슬로건이 정말 팩트라는 것이지요. 


조선 후기, 그저 탕약이나 달여먹던 그때 당시 궁중 선전관이었던 민병호 선생은 민생 누구나가 쉽게 먹고 병이 나을 수 있는 양약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궁중비방에 서양의학을 더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양약인 활명수를 만들었죠. (활명수를 마시면 한약 냄새가 함께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살릴 활, 생명 명, 물 수'로 이름 지어진 활명수는 이름처럼 민생들에게 '생명을 살리는 물'이 되었고, 제조회사 설립을 통해 브랜드를 갖추어 제품을 판매했다는 사실로 인해 한국의 자본주의와 브랜드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습니다.   

활명수 변천사 ©동화제약


하지만 그 놀라운 사실 뒤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일제강점기 때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것입니다. 


바로 민강 초대 사장(민병호 선생의 장남)과 보당 윤창식 5대 사장, 윤광열 명예회장이 항일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입니다. 특히 민강 사장은 상해 임시정부와의 비밀 연락기관인 서울 연통부를 회사 내에 설치하고 활명수 판매 수익의 일부를 독립자금으로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글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등 뿌리 깊은 '한국 지키기' 활동을 이어왔지요. 


동화약품 활명수는 '활명수'를 지나 '까스 활명수', 그리고 '까스 활명수 Q'등으로 업그레이드되오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국민 소화제로 자리매김한 활명수가 가진 가치와 의미, 그 착한 영향력을 기억해야겠습니다.     




3. 안티푸라민    

오늘 소개하는 약품들은 모두가 '국민'이라는 별명이 붙습니다. 그만큼 언제나 서민들의 생활 속 깊은 곳에서 함께하고 있었다는 증거겠지요. 


여기, '국민 연고'라 불리는 또 하나의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안티푸라민'입니다. 물론 지금은 후시딘이나 마데카솔 등과 같은 또 다른 국민 연고들이 많아 그 존재감이 덜하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독보적인 위상을 가졌던 연고입니다. 이름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동그란 틴 케이스와 간호사 얼굴이 그려진 패키지의 이 연고는 할머니와 엄마의 반짇고리나 화장품 통, 또는 서랍 속 약통 속에서 쉬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식품회사로 성공을 거둔 유일한 박사는 어느 날 약 한 알만 먹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인데 그 한 알이 없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자국민들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 결과 그는 잘 나가던 사업을 접고 1926년 고국으로 돌아와 유한양행을 설립합니다. 


그 당시는 대부분의 약을 수입하여 판매하던 때인데, 그와 달리 유한양행은 1933년 자체 기술을 개발하여 '안티푸라민'을 만들어냅니다. 소염진통, 혈관 확장 작용, 가려움증 개선 등에 효과가 있고, 바셀린 성분 또한 함유되어 있어 보습에도 효과가 있었고요.  

안티푸라민 연고 ©유한양행


'안티푸라민'은 영어로 '반대'를 뜻하는 '안티(Anti)'와 '염증을 일으키다'는 의미의 '인플레임(inflame)을 더해 항염증제, 진통염제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지어졌습니다. 그 결과 '국민 만병통치약'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또한 다양한 형태와 제형으로 확대되어 2013년엔 매출이 100억대를 넘어설 만큼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로 87살이 된 안티푸라민이 가진 많은 애칭들처럼 앞으로도 각 가정의 비상구급약 상자 안에서 안티푸라민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안티푸라민 라인 ©유한양행




|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 그동안 궁금했던 클래식 브랜드의 이야기들이 알고 싶은 분들

+ 국민 비상약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한 분들 

+ 오래된 약품 브랜드가 여전히 존재하는 비결을 읽고 싶은 분들 

  

| TAG |

#클래식브랜드 #용각산 #활명수 #안티푸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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