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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Sep 30. 2023

128. 목련상점

골목 안 그릇 가게

| 2020년 10월 15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딸과 어머니가 함께 집 건물 1층에 문을 열고 운영하는 ‘목련상점’은 국내 작가들의 그릇을 모아 소개하고 판매하는 그릇 편집숍입니다. 얼핏 보면 그저 골목 안의 소소하고 작은 가게로만 보이지만 그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브랜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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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련상점의 시작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자신이 출판 브랜드를 만든다면 서브 브랜드로 이름 짓고 싶었던 ‘목련’은 그렇게 그릇가게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릇가게의 주인인 김규리 씨는 자신이 지은 ‘목련’이란 이름에 어머니의 아이디어로 더한 ‘상점’을 조어로 하여 ‘목련상점’의 문을 열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서 여전히 부모님과 남매가 살고, 그곳의 1층에 가게를 연 김규리 씨는 출판사를 다니던 중 몸이 안 좋아져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후 집에서 머물며 차를 마시려 하는데 마음에 드는 찻잔 하나가 없었죠. 그에 어머니는 ‘마음에 드는 도자기도 없는데 우리가 직접 할까?’라는 제안을 했고 목련상점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김규리 사장 & 목련상점 전경©목련상점




2. 목련상점의 다른 점   

목련상점은 국내 도자기 작가들의 생활 그릇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그릇 편집숍입니다. 김규리 대표와 그녀의 어머니가 그릇 상점을 열기로 다짐한 직후 도자기의 고장 이천에서 찾아온 그릇들이 그 밑거름이 되었죠. 그래서 이곳의 그릇들은 어느 것 하나 기성품의 느낌이 들지 않고 작품 또는 (때론) 문화제 느낌이 들 정도로 고유의 멋이 있습니다. 특히 전국의 작가 또는 공방에게서 사입을 한 그릇들은 그것이 어느 작가 또는 공방의 것인지 명확히 출처를 밝혀져, 구입하고 사용하는 이로 하여금 더욱 특별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하지만 가격은 합리적이고요. 


사실 요즘 그릇 브랜드를 큐레이션 하여 판매하는 편집숍을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곳들과 달리 목련상점은 두 가지의 차이점이 있는대요. 


하나는 온, 오프라인 상점이 모두 겉으로 소란스레 드러나지 않는 골목 안 작은 가게 같아, 정말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오프라인 상점은 그러한 분위기 때문에 동네 사랑방처럼 오랜 시간 손님을 머물게 하고 특별한 감성까지 제공하죠. 그야말로 공간 브랜딩의 내공이 (본의였든, 아니었든) 물 흐르듯 하지만 대단한 곳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내의 작가와 공방’ 그릇들만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아이템 하나하나가 작품으로 느껴지고 그곳까지 일부러 찾아간 손님들은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구입한 듯한 경험 브랜딩을 체험할 수 있죠.     

그릇들©목련상점



3.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하지만 이곳은 그릇으로만 가득한 곳이 아닙니다. 강화 화문석으로 짠 바구니나 담양의 대나무로 짠 소쿠리, 테이블을 장식해 주는 각종 패브릭 제품 등 다채로운 생황용품들을 함께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로서 그릇만이 주는 단출함과 심심함을 다양하고 생기 있는 생활용품들로 메워주기도 합니다. 소량의 제품들만 편집하여 모아놓되, 그 조촐함을 확장하여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물론 이런 확장성이 모든 큐레이션 브랜드에 긍정적인 것은 아닐 테지요. 하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와 콘셉트의 가게인 목련상점에게는 오히려 전문성을 조금 누그러뜨려 다가가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 단점을 상쇄해 줍니다. 


조용한 주택가의 골목 안 가게인 목련상점의 영리한 브랜딩 방향입니다.  

매장의 상품들©목련상



4. 자연스러운 브랜딩  

목련상점을 보면 하나의 숍이나 브랜드가 그리 대단한 브랜딩 전략과 콘셉트가 있어야만 사랑받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저 주인 스스로가 좋아하고 진심으로 무언가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전략 아닌 전략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그로써 콘셉트도 갖추어져 지는 것이지요. 


나만의 브랜드나 상점이 만들고 싶다면 내 안의 진짜 마음을 먼저 살펴보세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지, 누구와 나누고 싶은지의 해답이 곧 전략과 타깃, 콘셉트가 됩니다. 




|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 자그마한 가게가 어떻게 브랜딩을 하는지 알고 싶은 분들

+ 좋아하는 것을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과정과 방법이 궁금한 분들

+ 경험 브랜딩의 다양한 예시를 찾고 있는 분들   

  

| TAG |

# 소상공인 #작은브랜딩 #그릇편집숍 #좋아하는것 #나만의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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