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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Jan 05. 2024

142. A Vida Portuguesa

기억을 모아 놓은 벽장

| 2021년 4월 22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유럽의 도시, 포르투갈 리스본. 그리고 그곳을 다녀오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들른다는 이곳. 


‘A Vida Portuguesa’는 과연 어떤 곳이길래 여행자와 현지인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을까요? 그 이유를 읽어보세요. 


-


1. 그 나라의 생활  

코로나 19가 창궐하기 전, 숨은 매력이 엄청나 새로운 인기 유럽 여행지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포르투갈 리스본. 그곳을 다녀온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곳의 아이템을 자신 또는 주변인들의 선물로 마련해 오곤 했습니다. 바로 ‘A Vida Portuguesa(아 비다 포르투게사)’라는 이름의 소품 숍입니다. 

숍 전경©isao.sapo.pt/coolmapp/portugalconfidential/pinterest


‘포르투갈의 생활’이라는 뜻의 서술적인 이곳 이름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포르투갈에서 나고 자란 제품들만 모아 놓은 곳이란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00살이 넘은 제과, 비누 등과 파스텔 회사의 초기 디자인 제품, 신진 예술가들이 전통과 접목하여 디자인한 통조림 등이 함께 어우러져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즉, 이곳의 제품들은 모두가 포르투갈 오리지널이고, 그래서 ‘포르투갈의 생활’이라는 이름은 그들의 삶 속에서 함께 지내온 다양한 물건들이 모인 공간이라는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2. 추억 보관소  

하지만 이 이름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지인들의 마음속 그리움이 ‘생활’이라는 말에 녹아 있는 것입니다. 여행객처럼 포르투갈이란 나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겐 이곳이 그저 잘 꾸려진 로컬 편집숍 정도로 생각될 수 있지만, 현지인들에겐 ‘생활’이란 단어가 ‘삶’과 ‘기억’이란 단어로 발전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나이가 많은 현지 고객들은 반가움을 넘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물건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고, 그 추억으로 인해 삶이 주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렇게 ‘A Vida Portuguesa’의 이름은 잘 꾸려진 로컬 편집숍이자 추억의 보관소가 됩니다. 

‘A Vida Portuguesa’의 제품들©cntraveler / avidaportuguesa



3. 고풍스러운 장식장과 일러스트  

2007년 6월 리스본 Chiado의 중심부에 문을 연 첫 번째 숍은 ‘David & David’라는 옛 창고 및 향수 공장의 한 공간에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오래되고 역사가 서린 인테리어는 완벽히 보존되며 ‘A Vida Portuguesa’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 되었습니다. 

짙은 나무색의 고풍스러운 장식장들과 나선형의 계단은 이곳 제품들이 가진 의미와 상징에 부합되었습니다. 특히 새로 디자인된 진열대들과는 다른 리얼 앤틱 장식장들은 제품의 디스플레이마저도 포르투갈의 시간과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생활용품, 보석, 자수, 문구, 책, 장난감, 음식 등의 다양한 제품들은 그러한 장식장과 어울려 포르투갈의 기억을 전하고 있습니다. 

숍의 실내 인테리어©coolhunting / casavogue.globo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 또한 클래식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일관성 있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먼저 로고는 세리프가 있는 글씨체와 펜화 느낌의 제비 일러스트가 더해져 완성됩니다. 여기서 제비는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새로서, 이는 즉 이 브랜드 또한 포르투갈의 시간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로고 디자인©www.avidaportuguesa.com


이러한 로고와 함께 옛 포르투갈의 사람들을 주제로 그린 일러스트는 패키지의 주요 테마가 됩니다. 클래식한 그림체와 이미지를 한 장면에 담은 일러스트는 물건을 포장해 주는 봉투 등의 패키지에 위치하고, 이 또한 클래식한 스티커로 장식이 마무리됩니다. 

패키지 디자인©tripadvisor / behance


이렇듯 ‘A Vida Portuguesa’의 상징을 담을 서사적 표현의 이미지와 일러스트레이션은 아주 중요한 스토리텔링 요소가 되고, 이러한 디자인 전략은 브랜드가 가진 전통, 클래식, 기억, 추억, 삶 등의 키워드를 적절히 녹여내고 있습니다.  




4. 우리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힌트 

2014년, 포르투갈 현지의 한 언론은 여행자들이 최근 포르투갈을 많이 여행하기 시작한 이유로 흔들리는 나라의 경제를 꼽았습니다. 다른 유럽 여행지들보다 물가가 더 저렴 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내부의 이러한 평가와 상관없이 포르투갈이라는 나라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고, 더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할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었단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지난 시간과 정체성을 모아 물건으로서 압축해 놓은 ‘A Vida Portuguesa’는 이렇듯 새롭게 발견된 그곳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포르투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눈물을 지을 만큼 삶이 녹아 있는 브랜드와 물건들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현지인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기억과 감정들이라 이방인들에겐 한계가 있는 경험일 수 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잘 모르던 나라를 느낄 수 있음은 정말 멋진 일 같습니다. 


한 나라를 압축하여 경험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박물관이 될 수도 있고, 몇 질의 책이 될 수도,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A Vida Portuguesa’와 같은 로컬 브랜드 및 제품들의 공간을 통해서도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만의 브랜드 및 물건들(전통문화 소품 포함…)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상품화하는 지금의 상황에 아쉬움이 많았었는데요. 그러한 우리에게 ‘A Vida Portuguesa’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 다른 나라는 로컬 오리지널 브랜드를 어떻게 브랜딩 하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

+ 우리가 잘 몰랐던 문화권의 브랜드와 디자인들이 알고 싶은 분들 

+ 우리만의 오랜 브랜드 또는 제품의 상품화를 궁리 중인 분들 

  

| TAG |

#포르투갈브랜드 #아비다포르투게사 #포르투갈의기억 #로컬브랜드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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