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고 가자 시리즈 | 코로나 시대의 브랜딩 1
| 2022년 2월 3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되며 우리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점은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코로나 변이는 물론,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지속적으로 창궐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이 상황에 적응해가야만 합니다. 브랜드들 또한 전과 다른 생존 전략, 판매 방식, 고객과의 관계 형성 등이 필요해진 거죠.
이번 호부터 수 회에 걸쳐 브랜드들이 어떻게 코로나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처음으로 코로나의 타격이 큰 분야 중 하나인 주류 판매 업소들의 ‘테이크 아웃’을 일본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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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다양한 판매 및 구매 패턴도 바꾸었습니다. 그중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드링크류의 테이크 아웃 비율이 매우 높아진 것이죠. 적용되는 제품의 속성과 범위도 확대되었습니다. ‘이런 것도 테이크 아웃되다니!’ 싶은 것들이 생겨났죠. 이렇듯 테이크 아웃은 단순한 판매(또는 구매)의 방법을 넘어, 그 자체가 수익 창출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이크 아웃은 주류 시장에도 도입되었습니다. 각 국가의 법적 규제, 주세법, 문화 등과 관련이 있어 시장 변화가 쉽지만은 않은 종목이지요.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아직 사례가 흔하지 않고요. 하지만, 일본의 경우 그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퍼진 2020년 봄.
일본 국세청은 자국 음주 문화의 상징인 이자카야와 와인바, 위스키 바, 술을 파는 음식점 등이 테이크 아웃과 딜리버리 형태로도 주류를 팔 수 있도록 특별 면허를 발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영업 제한을 두는 대신 그로 인한 매출 저하를 상쇄해주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물론 이 면허는 기간을 6개월로 한정(그때만 해도 팬데믹이 이렇게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하진 못했겠지요. 처음 시도하는 면허이기 때문에 장기간의 설정을 바로 하기도 어려웠을 테고요.)했고, 신청 대상도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급락하여 ‘지금 당장 술을 팔아야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곳’으로 제한된 조건이 있었습니다. 회당 구매 용량의 제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20% 이상 다시 상승하고, 전체 매장 수 약 11,400곳 중 7,800여 곳이 시행 짧은 사이 면허를 취득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다소 보수적인 일본 정부의 색다른 정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면허를 취득한 곳들은 주류 테이크 아웃 판매는 물론, 배달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바(bar)에서도 위스키를 소량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위스키는 특성상 바에 앉아 시간 및 공간을 천천히 즐기는 것이 필요한 술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은 바텐더 등과의 상호 전염 가능성을 더욱 높게 합니다. 한편 위스키는 한 병을 모두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도 많은 술입니다. 고전 영화나 옛날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킵 해둔 것으로 부탁해요.’라는 상황도 자주 등장했죠. 즉, 이러한 특성들을 가진 위스키의 테이크 아웃 방식은 한, 두 잔만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포기해야 할 것들을 주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과 합리적인 소비 패턴도 동시에 선사했습니다.
위스키보다 더 캐주얼한 성격의 술인 칵테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이크 아웃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배달 또한 똑같이 가능합니다. 무알콜의 종류가 다른 주류들에 비해 더 다양할 뿐 아니라, 홈 파티에도 잘 어울리는 주종이기에 어쩌면 위스키보다도 테이크 아웃 정책이 더 잘 어울리는 주류이기도 하지요.
‘주류 to-go 면허’(liquor license)는 미국 주류 시장에서도 새로운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수십 개의 주에서 다양한 내용의 면허를 구성, 시행 중이죠. 물론 일본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술만 테이크 아웃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음식과 함께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음주 문화, 주세법 등을 깊게 들어가면 그 배경이 명확히 드러나겠지만. 각 문화권의 술에 대한 해석 및 차이의 존재 때문이라고만 짐작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엔 주류 테이크 아웃이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한국의 경우 칵테일과 맥주처럼 다소 캐주얼한 종류를 제외하고는 아직 일본, 미국 등과 같은 면허 등의 정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는 경우는 존재합니다. ‘글래드 호텔 여의도’에서는 객실 내에서 싱글 몰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러브 레시피’ 패키지를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특정 위스키를 포함한 패키지를 만들어 테이크 아웃의 성격을 포함한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한 것입니다. 보틀이 아닌 한, 두 잔의 분량을 바나 술집 등에서 직접 테이크 아웃하는 일본, 미국 등의 경우와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존과 변형된 형태로 즐기는 것에 포커싱 한다면 ‘한국형 주류 테이크 아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기존에도 테이크 아웃되는 곳이 많던 칵테일과 맥주 등의 경우에는 적용 범위가 더 확대, 다양화되었고요.
이렇듯 주류 테이크 아웃은 각 국가의 문화와 법률 바운더리를 벗어나지는 않는 선에서 변주,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양성과 볼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시장이 새로운 구매 형태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는 하나의 돌파구가 되어 주류 시장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판매자 당사자들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히 전 인류적인 문제인 코로나 팬데믹이 각자도생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마음 한 뜻’의 필요성을 이끌어 냈죠.
일본의 위스키 바 연합 중 하나인 ‘더 위스키 후프(THE WHISKY HOOP)’도 그러한 움직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BAR를 응원합시다’라는 의미의 ’support the BAR’ 캠페인을 통해 1만 엔짜리 e-티켓을 판매하는 기획이었습니다.
이 티켓은 쉽게 말해 ‘사전 구매 티켓’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바를 방문해 예전과 같은 시간을 보낼 순 없지만, 미리 티켓을 구매하여 바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운영 유지의 가능성을 현금으로 도와주며 동시에 지금 당장의 자금 확보를 지지 함으로써 함께하는 것입니다. 추후 상황이 나아졌을 때 그 티켓을 이용하여 위스키를 마시며 고객으로서의 권리는 물론 상생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를 고객도 살기 힘든 이 시절, 왜 다른 브랜드들과 상인들을 서포트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이러한 기획 자체가 상업적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 또한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통한 관계 설정을 크게 보았을 때 시장이 수습 불가한 지경까지 가는 것을 함께 막을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나와 상관없는 남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멀리,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판매자와 고객 어느 쪽이라도 무너지면 나머지 한쪽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는 시장 논리 때문입니다.
그저 하나의 연합회가 시행한 소규모의 프로젝트일 순 있으나, 이러한 개념 및 시도의 정착은 결국 사회 전체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선순환의 나비효과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술’과 ‘테이크 아웃’이라는 익숙한 듯 낯선 두 속성의 연결을 통해 코로나 시대의 새로워진 브랜딩 아이디어를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이처럼 낯설지만 기발해서 결국은 익숙해질 브랜딩 아이디어와 전략이 나타나겠지요.
코로나 앞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 사회적 실행을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가 함께 공생의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지속 가능한 변화와 솔루션은 결국 모두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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