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는 말의 가치
지난 주말 3일간 북페어에 참가했어요.
친구를 도와 소개와 판매를 해본 것 외에, 대표자로는 처음 참가해 본 페어였죠. 그래서였는지 이번 파주 북앤컬처 페어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것도 많았고, 그래서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하지만 진심으로 말하면) 제 인생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경험과 선물을 주었어요.
가장 큰 선물은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 중 많은 분들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였어요. 바로 ‘수고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책이 재미있겠다, 어떻게 1인 출판을 했냐, 어떤 내용이냐'와 같은 대화도 많았지만, 전 '수고했다'는 말로 책 내용이 아닌 제 지난 시간을 알아봐 주시는 것이 더 큰 감동이었습니다.
'Small Brand, High Value'라는 책은 그저 출판의 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어요. 진짜 바람은, 제 스스로 '무의미한 시간이었어...'라고 자책했던 지난 10년을 사실은 매우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며 다독여 주고 싶어서였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과 몸이 모두 힘들었던 10년 전 가을.
해가 진 후 슬금슬금 나온 밤 산책길에 우연히 본 트럭 할아버지 사장님의 모습에서 '작지만 가치 있는 스몰 브랜드 소개하기' 개인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몇 주 전 마지막 레터와 함께 딱 10년의 여정을 마쳤죠. 그렇게 잘 성장한 브랜드 30개가 한 권의 책에 담겼습니다.
유료도 아닌 무료 뉴스레터를 혼자서, 꾸준히 (물론 불가피하게 쉬어간 적도 있죠.) 10년을 달렸고, 결국 그 시간을 채웠어요. 여행을 갈 때조차 구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레터를 작성했고요. 바로 이 점에서 많은 분들이 '수고했다'는 말씀을 해주신 거예요. 꾸준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모두의 시간에 대한 가치와 약속을 지켜온 것에요.
페어에 나가보는 것도 처음인데 심지어 혼자 부스를 지키다 보니 부담과 피로는 두 배였어요. 그래서인지 첫날부터 감기 몸살에 걸려 오늘 아침까지도 꽤 힘들었죠. 하지만 기분만큼은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좋아요. 이런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출판의, 특히 내 이야기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의 매력인 듯합니다.
조용하고 외로운 노력과 진심의 시간들에 '수고했다'는 말로 알아봐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좋은 기분을 함께 나눌게요. 이번 주까지만 조금 붕~ 뜬 기분을 만끽하고, 다음 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아직 감기약에 몽롱….)
우리 모두 작지만 가치 있는 누군가라는 것을 자꾸 떠올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