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내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휴식이 우리는 필요했을지도..
http://tvcast.naver.com/v/1026786/list/40676
'건강하고 밥만 잘 먹으면 됐다. 건강하면 됐지.'
이 말이 그저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에게 하는 정형화된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면 인간이 제일 받고 싶은 관심의 근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 먹방을 보며 들었다.
유명인의 먹방이 유난히 주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점심을 먹는 모습도 이와 같이 다큐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겠지만, sns에 어떤 행동을 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음식' 만 찍어서 올리는 사진과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올리는 영상은 다르다.
모델 이진이의 영상을 링크로 올린건 그리 특별하지 않은 모습을 찍는 이유,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가 불현듯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해 강조하지도 않고,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조용히 식사를 하는 모습은 이야기거리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보고 있었고,
그리고 "아 복스럽게 잘먹네, 예쁘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멘트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꼭 아기가 새로운 행동을 할 때마다 박수쳐 주던 부모의 모습과 흡사해보였다.
http://tvcast.naver.com/v/1013593/list/40676
예전에 여자아이돌들의 먹방을 찍는다고 화제가 되었던 '잘 먹겠습니다'를 보면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가 내가 쌈 한점 먹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와!"라는 리액션을 하겠는가. 그게 설령 음식을 먹고 싶다는 탄식이라도 나의 일상적인 행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반응한다는 것은 굉장히 짜릿한 일이다.
더 나아가서 'ㅇㅇ오빠 수고했으니까 많이드세요' 'ㅇㅇ언니가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상상이 되네요, 힘내세요' 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고되게 일을 하더라도 쉽게 듣지 못하는 말들이다.
'누가 내가 힘든 것을 좀 알아줬으면.
별 일 아니어도, 특정 능력을 꼭 발휘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사랑받았으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행동만으로도 애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모습.
내가 먹는 모습, 내가 뛰는 모습, 내가 공부하는 모습, 내 얼굴.
별로 특별한 능력이 아니더라도 그런 내 모습을 sns에 올리고 사람들이 보고 다는 긍정적인 댓글을 통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열심히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도 그들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싶다는 위로를 받고 싶겠구나 싶었다.
티비에서 먹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먹방이 과식을 조장한다, 푸드포르노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자극적인 음식의 출현, 음식의 모습을 확대해서 찍고 소리를 유난히 크게 강조하는 점을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 제시한 방송들처럼 유명인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만으로도 이목이 집중되는 프로그램에서는 그 음식들이 더 잘 먹는, '큰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조금 틀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음식'이 주제가 아닌, '사람'이 주제인 먹방은
우리 사회에서 사랑받고 싶은 수 많은 사람들을 투영하는 개개인의 외로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