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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질현 Nov 26. 2020

영국 일기. SNS와 나


내가 인스타그램을 탈퇴한 건 2년 정도가 조금 넘은 일이다. 더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팔로워가 천사백 명을 웃돌 때 즈음 미련 없이 계정 탈퇴를 눌렀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얘기를 한다. ‘사람이 모이면 말이야, 별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해도 박수를 받아.’ ‘요즘은 팔로워가 돈이라던데 왜 그랬어요’ 등등. 아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


처음엔 영국에 와서 지내는 일상을 조각조각 올렸고 영국에서 파는 에코백들을 소개하며 판매로 이어지며 팔로워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그러다 학업에 집중하고 싶었어서 반년만에 부업이던 판매는 멈추게 되었다. 그렇지만 뭐 그전부터 사진 찍는걸 워낙 좋아해서 해오던 인스타그램이었기에 그냥저냥 계속해나가고 있었다.


좋아요 수, 댓글, 끊임없이 찾아보게 되는 관음증에 가까운 심리, 고작 사진 몇 장으로 그 사람을 멋대로 판단해버리는 이상한 습관, 가지고 싶지도 않던 것에 집착하게 되는 나의 심리 등 인스타그램을 알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들을 그 짧은 시간 속에 나는 너무도 많이 알게 되었다. 삶이 끊임없이 복작거리는 기분이었다. 눈 앞의 풍경에 카메라를 꺼내 들기 바빴고 얼굴을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지인의 소식을 피드에서 보며 어림짐작하곤 했다. 그러다 한국에 오랜만에 가 길을 걷다 만난 오래전 친구를 보고 뛸 듯이 반가웠던 기억이 났다. 그 친구는 SNS를 일절 하지 않는 친구였다. 둘은 신사동 가로수길 한복판에서 짧게나마 웃음 가득한 대화를 나누다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했다. 아. 나는 차라리 이런 관계를 원해. 적당히 서로를 모르고, 모르기 때문에 마음 깊이 건승을 비는.


나는 쿨하지 않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상극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중간하게 어림짐작할 바엔 차라리 까마득히 모르고 싶었다. 지인들의 소식이 궁금할 때엔 직접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눌 때에는 그저 눈 앞의 그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다. 내게 있어서 소중하다는 것은 서로 나누고, 그 순간에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근사해 보이는 삶들이 있다. 보여지는 그 사진과 잘 정리된 글에 나 자신이 자꾸만 작아진다면 느리게 읽히는 글로 향하라. 계절이 바뀔 때면 늘 우리를 찾아오는 풍경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내딛어라. 오래된 영화를 보며 고요한 밤을 보내라. 내 마음이 풍요롭고 안정적일 때 비로소 내 삶이 작게나마 만들어내는 반짝임을 느낄 수 있다. 근사해 보이는 것들에 이미 눈이 부신다면 내 일상 속 그 작은 반짝임 들을 놓칠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나 자신에게 미안해지지 않게 그 작은 반짝임 들을 위해 오늘도 모자람 투성이의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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