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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Jan 15. 2019

20대 남성은, 대체 왜..?

#마감 후 - 왜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나요



오늘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에서 20대 남성의 긍정평가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다뤘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근형 대표는 최근 불거진 젠더이슈나 병역거부보다 10년 이상 쌓여온 ‘20대 남성의 보수화 경향’자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석의 토대가 되는 사실관계 두 가지는 이렇다.


02년 노무현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건 20대 남성이다.

12년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는 20대 여성에 비해 20대 남성의 지지가 줄었다.


이근형 대표는 지금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 이탈이 이런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바라본다. (하긴 10년 전 대학생들도 이명박 엄청 지지했던 걸 떠올려보면 보수화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1. 남성들은 경제적으로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다.
2. 그런데 경제구조상 부를 축적할 방법이 없기에 부모의 자산을 물려받는 것만이 이들에겐 유일한 출구다.
3. 그래서 청년정책 백날 시행해봐야, 부모의 자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씩 짚어보면



1. 한국 남성들은 가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나


실제로 가장 노릇을 하고 있는지 할 수 있는지와 별개로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생계 부양자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은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와는 상관없이 사회 대부분의 남성에게 작용하는 압력이다. 결혼을 해 정상 가족을 꾸리고 생계 부양자로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니라는 식의 인식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으며, 강력하게 구속력을 행사한다.

- 최태섭, <한국, 남자> 14p


이런 태도를 일종의 책임감으로 볼 수도 있고, 실제로 이근형 대표는 ‘책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책임이라고 하면 그래서 20대 남성들이 대단하다거나 잘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 경제적 책임은 남성에게만 지워져 있지 않다. 여성도 독립된 경제주체로 스스로를, 그리고 많은 경우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남성들도 대부분 맞벌이를 원하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심지어 결혼이 눈앞의 과제도 아닌 20대 남성이 ‘나는 남자라서 여자보다 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압박의 굴레를 쓰는 것은 착각 혹은 자기연민에 가깝다.


착각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20대 남성들이 스스로 부모까지 봉양해야 하는 가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참 안타까운 통계가 있다. ‘딸 하나 있어야 한다’(44%)는 부모가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한다’(23%)는 부모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2018년 4월 한국리서치 조사). 그러니까 20대 남성들은 책임과 압박은 크게 느끼면서 실제 부모에게 잘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고 어떻게 보면 답답한 일인데 이건 일종의 집단의식 문제라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 일단 굳이 그들이 과도한 부담감을 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이든  장기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겠으나, 그 부담감에 따른 스트레스를 여성이나 다른 사회적 약자에게 푸는 것은 또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것이 남에게 혐오와 차별을 난사할 이유는 되지 않으니까. 이 지점도 그렇고 여러모로 소위 ‘한국 남자’들의 멘탈은 허술하고 취약한 부분이 많은데 자세한 내용은 최태섭 작가의 <한국, 남자>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2. 한국 사회에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부모의 자산을 물려받는 수밖에 없다?


이것도 거의 사실처럼 보인다. 평생 월급을 계산해 봐도 서울에서 내 집, 투기용 말고 그냥 진짜로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은 요원한 꿈이다. 양극화도 속도가 조금 둔화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이미 너무 심각한 수준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든 전반적인 밑바닥의 상승이든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는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다.



3. 부모 세대의 자산을 감소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 때문에 청년을 위한 정책 시행해봤자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 결론은 잘 모르겠다. 동의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정말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 지지 안한다는 20대 남성들 전부 붙잡고 물어봐서 답을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분석이라기 보단 일종의 통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뭔가 딱 공감이 되지는 않는.


그래도 청년정책과 부동산 정책 두 가지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청년정책이랍시고 나오는 것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인데 이건 뭐..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해결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으로 정리된다. 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나라 망한다는 소리 하기 좋아하는 언론에 의해 부동산 보유세 공포, 부동산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모두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 하나고, 또 다른 하나는 어쨌든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그 투기욕망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 마치 ‘기회의 평등’을 빼앗아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요즘 언론에서병역거부랑 젠더이슈만 가지고 20대 남성 지지율 얘기를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워마드를 공격하며 열심히 그 '남심' 공략에 나섰는데 사실 별로 유의미한 지지율 증가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딱히 한국당 지지율이 오른 것 같지도 않고, 20대 남성의 보수화라는 게 지금의 보수정당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부모 자산 지키려는 생각 때문에 20대 남성이 문재인을 싫어한다는 분석은 분명 새로운 이야기였다. 모두가 동의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나 역시 의문점이 남기에 논쟁적일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다만 이 인터뷰이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고 정치컨설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라는 사실은 이러한 진단이 결코 ‘아무 말’은 아님을 보증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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