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을 받는 시기라 뭐라도 내긴 해야겠는데, 기획의도를 쓰다보니 그저 투덜이가 되어버린 느낌의 문장들이 많더라. 써놓은 김에 올려둔다. 요컨대 요즘 시사방송들이 별 재미가 없다는 소리다.
뉴스가 둥둥 떠다닌다
대체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뉴스를 봐도 이게 왜 중요한지 도무지 와 닿지가 않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되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지나. 월급 평생 모아도 서울에 집을 못사는데 왜이렇게 서울 부동산 이야기가 나올까. 태평양에선 거북이가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죽는다는데 나는 왜 배달음식을 끊을 수가 없을까. 포털뉴스를 도배하는 저 이슈들을 내 삶과 밀착시켜주는 방송은 왜 찾기가 어려운 걸까.
뉴스인데 새로움이 없다
하루 세 명씩 죽어나가는 노동자들, 미세먼지엔 호들갑,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엔 고개를 끄덕여도 정작 탈석탄 하나 못하는 정부, 생활고로 굶어죽는 사람들, 스트레스에 자살하는 10대들, 중학교도 마치기 힘든 장애인들, 혐오와 차별에 노출된 소수자들, 몇 십 년째 고통 받는 과거사 문제 피해자들.. 변하지 않는 사회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은 ‘한번 다 했던 얘기’라는 이유로 뉴스면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는 일주일, 아니 이틀만 지나도 의미 없어지는 정치인들 말싸움이 차지한다. 평소엔 정치권 이슈로, 고유정, 일본 불매운동, 조국,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대형이슈가 터지면 터지는 대로 시사 프로그램 아이템은 천편일률적이다. 남는 건 누가 더 핫한 사람 섭외하느냐의 경쟁뿐이니 여기엔 아무런 새로움이 없다.
새로움은 사람과 이야기로부터 나온다
오래된 문제, 반복되는 이슈에 새로움을 더하는 것은 이야기, 또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다. 어떻게 얘기해도 재미없다는 기후변화 문제에 그나마 관심을 모으게 한 건 툰베리고, 십수 년째 꿈쩍도 않던 산안법을 조금이나마 바꿔낸 건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었던 김용균이었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지만 ‘변한 게 없다’ ‘결국 똑같은 구조가 문제다’라는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슈에 숨을 불어넣는 건, 역시 사람과 이야기가 아닐까.
거창하게 말하면 내러티브 저널리즘 어쩌구 하는 걸 언젠가는 방송에서도 해보고 싶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