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 PD Jan 20. 2020

청년을 위한 노동조합은 없다?

청년도 노조도 우리 존재 화이팅


오늘자 한겨레 기사. 생각해보면 노조가 힘을 가지고 있는 사업장은 어지간한 청년노동자도 다들 노조원일텐데 유체이탈하다시피 하는 화법을 쓴다.



8, 90년대를 거치며 멀쩡한 노조가 생긴 조직들은 대개 인력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다. 고용이 보장되는데 경제의 양적 팽창이 더뎌지니, 기업 입장에서 나가는 사람은 없고 새로 뽑는 사람은 줄어든다. 결국 노조가 그 이익을 대변해야 할 노조원들의 구성도 시니어가 주니어보다 많다. 이 상황에서 자 우리도 미래를 생각해서 주니어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봅시다, 라고 하면 노조 집행부가 탄핵되거나 심한 경우 노조가 양분된다.     


이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지금 어느 정도 튼실한(?) 노조 앞에 놓인 과제다. 특히 주52시간제 시행과 함께 시니어 주니어 사이에 노노갈등 양상이 불거지는 곳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 기사 제목에도 드러나있듯이 주니어들 입장에선 시니어들이 편한 일 하면서 월급은 내 몇 배를 받아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시니어들의 응답은 대개 우리도 주니어땐 더 쥐꼬리 같은 월급만 받고도 더 고생했다, 인데 주니어들 입장에선 아무 의미 없는 소리다. 니들도 그 때만 참으면 나중에 편한 일 하면서 회사 다닐 수 있잖아?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왜냐면


1) 어지간한 주니어들에겐 정년까지 한 회사에 다닌다는 전제가 없다.

2) 설사 정년까지 다닐 생각이 있어도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도 존재한다.

3) 시니어가 돼서 편한 일만 하고 싶지 않다. 그걸 바라보는 아랫세대의 시선을 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직무급제를 대안으로 내세우는데 이것도 인력구조가 역피라미드인 상황에서는 노조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 시니어급에서 일정 부분 본인들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데 글쎄, 평균적인 사람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것도 어찌 보면 노동조합 운동의 지난 과오다. 경험이 곧 역량일 때는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도 합리적이다. 그런데 지금은 경험과 역량 사이에 정확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측이야 그냥 일 못하면 잘라버리지 뭐 라는 스탠스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노조가 노동자들의 ‘숙련도’를 키워서 호봉제의 합리성을 유지하는, 혹은 직무급제로 바꾸더라도 시니어들이 실제로 중요한 일을, ‘잘’하게 만들 수 있는 일종의 교육장치와 문화를 조직 내에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어야 한다. 다시말해 지금 노조 앞에 놓인 위기상황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이런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후과에 가깝다.  




웃긴 건, 나도 노동조합 조합원인데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 사람 일이란 게 말하긴 쉽고 행동하긴 어렵다니까 정말. 아무튼 이 문제는 경영진이 알아서 풀어갈 리 없으니, 노동조합이 어떻게든 노동자들의 변화를, 또 사측의 변화를 이끌어내야겠죠. 다들 파이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9년의 방송, 그리고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