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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Jan 12. 2020

2019년의 방송, 그리고 글


매일 하는 일이 방송 만드는 거고, 가끔 방송으로 풀지 못하는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가는 거라 제대로 결산을 하려면 가장 공을 들여야 하지만. 또 매일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공들일 기력이 없다. 방송은 꼭 내가 준비했던 것은 아니고, 시사자키에서 1년 간 나간 인터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3개를 꼽았다.




1. 기억하고 싶은 방송 BEST3


- 80년 광주에서 온 일기장 "5.18 참상 증언 시작한 이유는.." (5.17.) / 주소연씨



5.18 기획 인터뷰.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 항쟁 당시 여고생의 일기, 그 주인공 주소연씨가 용기를 내 방송인터뷰에 나와주셨다. 녹음으로 진행됐는데 예정된 20분을 훌쩍 넘기고, 결국 뒤에 잡혀있던 코너가 날아가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정말 여러모로 의미있는 인터뷰였다. 2020년이 5.18 40주년인데, 이보다 더 좋은 인터뷰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디오로 들어주시길.




- "안희정 법정구속, 재판부 '성인지 감수성' 통했다" (2.1.) / 정혜선 변호사



안희정 2심 판결이 나온 날. 이날 휴가였는데 통신사 홈페이지에 속보로 올라오는 문장 하나 하나를 보면서 줄줄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뭐라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안될거야, 라는 정서가 팽배했던 2018년, 결국 무죄가 나온 1심판결 날에도 김지은씨는 용기와 의지를 다지는 글을 써서 올렸다. 그로부터 비롯된 결과가 이 2심, 그리고 9월에 있었던 3심 판결이다. 낙태죄 위헌과 더불어 2019년 정말 의미있었던 사법부의 판단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이 판결 이후 3심에서 확정되기까지 성인지감수성을 둘러싼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는데 3심 확정판결이 나온 날도 관련 인터뷰로 그 내용을 짚어봤다.





- "문재인 정부, 가장 중요한 재벌개혁 이미 시작됐다" (1.30.)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용이 특별히 엄청났다기보다는 진행자와 게스트가 서로 날이 서있으면서도 뭔가 여유롭게, 마치 칼싸움하듯이 격론을 벌였던 인터뷰. 보는 내내 긴장감과 재미가 교차하며 흥미를 자아냈다. 지금 시사프로그램 진행하는 사람을 통틀어서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 정도 케미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우리 진행자 밖에 없을 듯?




2. 기억하고 싶은 글 베스트3


- SKY 캐슬,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1.24.)



2019년의 '교육 이슈'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열풍으로 시작해 조국 전 장관 논란에서 파생된 학종 공정성 논란을 거쳐 정부의 정시확대로 마무리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학벌자원의 상대화 없이 입시제도 가지고 공정성을 운운하는 건 거짓말이다. 정부도 소위 교육주체라는 사람들도 편하다는 이유로 그 거짓말에 그냥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공짜 카톡방으로 치른 목숨값 (8.1.)



목동 빗물 펌프장에서 노동자 세 명이 죽었다. 제목으로 삼은 저 한 줄이 머리에 떠올라서 써내려간 글이다. 10만원짜리 사이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르는 참사다. 이 사고 뿐만 아니라 산재사망은 대개 사람 목숨을 귀중히 여기지 않아서 발생한다. 써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라 하루 3명꼴로 산재사망이 발생한다는 현실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 촛불이 선택한 조국, 그리고 정유라 (8.26.)



8월 17일부터 8월 25일까지, 휴가로 국내 뉴스를 보지 않았다. 출국할 때만 해도 아무런 낌새가 없었는데 귀국길 공항에서 뉴스를 복습해보니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 소식으로 난리가 났더라. 휴가 마지막 날 그냥 이런저런 단상을 써내려간 글. 사실 앞부분은 그냥 정말 단상에 가깝고, 서울대-고려대 촛불집회의 한심함에 대해 쓴 4번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여전히 나는, 내가 운이 좋아 차지하고 있는 이 자리에 있었을 다른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건 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관 중에 하나인데, 어디 글에 쓸 일이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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